▲ 로봇 팔 시스템을 활용한 인공근육 동작 시연
고무처럼 늘어났다가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하는 인공근육이 나왔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강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소프트 인공근육을 개발했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소프트 인공근육은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로봇, 웨어러블 기기, 의료 보조 장치 등에 활용될 수 있지만 무거운 물체를 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장점이 실제 힘을 쓰는 근육 역할에는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팀은 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상태에서는 딱딱해지고, 이를 들어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드러워져 수축할 수 있는 인공근육을 만들었습니다.
딱딱한 상태에서는 무게 1.25g에 불과한 이 인공근육이 5㎏ 하중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자기 무게의 약 4천 배를 버티는 셈입니다.
반면,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12배까지 늘어납니다.
또, 무게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선 원래 길이의 86.4%가 수축하는 구동 변형률을 보였는데, 사람 근육(약 40%)보다 두 배 이상 큰 수치입니다.
1㎥ 크기의 근육이 얼마나 많은 일(에너지)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작업 밀도도 사람 근육보다 30배 더 큰 1천 150kJ/㎥를 기록했습니다.
근육이 잘 변형되면서 단단할수록 작업 밀도가 커지는데, 일반적으로 잘 변형되면서 단단해지는 성질을 지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 교수팀은 근육 안에 두 가지 형태의 결합이 나타나도록 형상기억고분자 소재를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근육의 화학적 결합은 고분자 사슬을 공유결합으로 단단히 묶어 구조적 강도를 유지하게 하고, 물리적 결합은 열 자극에 따라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며 근육을 유연하고 잘 늘어나도록 만든 것입니다.
또 표면에 특수 처리를 한 자성 입자를 넣어 물리적 결합을 강화하고, 외부 자기장으로도 근육이 움직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 자기장으로 근육을 움직여 물체를 집는 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기존 인공근육의 근본적 한계를 해결했다"며 "소프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 사람과 기계가 유연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 7일 실렸습니다.
(사진=UNIST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