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독] "물 차올라 사람 필요"…숨진 해경의 마지막 무전

<앵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사고 전후 상황이 담긴 영상과 녹취록을 SBS가 입수했습니다. 여기에는 혼자 출동했던 이 경사가 급박한 당시 상황을 상사에게 설명하면서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은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꽃섬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 B 씨에게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건네면서 구조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

SBS가 사고 전후 드론 영상과 CCTV, 무전 녹취록 등을 입수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새벽 2시 7분, 야간 드론 순찰 업체가 상의를 탈의하고 갯벌에 고립된 B 씨를 발견한 뒤 인근 영흥파출소에 신고합니다.

당직 근무 중이었던 이 경사는 홀로 순찰차를 타고 2분 23초 만에 현장에 도착합니다.

드론 영상을 확인한 뒤 이 경사는 파출소에 남아 있던 다른 당직 근무자 A 팀장에게 "요구조자가 꽃섬에 있다"며 "직접 가서 이탈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무전기를 통해 말합니다.

1분 뒤, A 팀장은 "사항 수신 완료"라며 이 경사를 홀로 꽃섬으로 들여보냅니다.

2시 29분, A 팀장이 "드론 순찰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느냐"고 묻자 이 경사는 "순찰하는 사람은 전망대에 있고 혼자 꽃섬에 도착했다"고 답합니다.

약 15분 뒤, 이 경사가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A 팀장은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묻습니다.

"수심이 좀 있어 보인다"고 답하자 A 팀장은 "혼자 가능하겠냐"고 묻고, 이 경사는 "한번 들어가보겠다"고 답합니다.

2시 44분, A 팀장이 "다른 팀원을 깨워서 보내줄까"라고 묻자, 이 경사는 "물이 차올라서 필요할 것 같긴 하다"며 "일단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말합니다.

A 팀장은 "경찰서에 보고하고 다른 팀원을 깨워 같이 상황 대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재차 묻습니다.

이 경사가 답하는 대신 "물이 발목까지 차오른다"고 무전을 하자, A 팀장은 "발목 정도밖에 안 돼?"라며 B 씨와의 거리 등을 추가로 묻습니다.

2시 56분, 이 경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B 씨에게 입혀주고, 무전으로 "허리까지 물이 차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잠시 뒤 이 경사는 발을 다친 B 씨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장갑도 벗어 발에 끼워줍니다.

두 사람의 무전이 끊긴 시각은 3시 6분.

당시 이 경사는 바다 위에 떠 있던 B 씨와는 달리 물 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겨우 버티고 있었습니다.

3시 27분, 드론 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놓쳤고, 3시 30분이 돼서야 영흥파출소는 이 경사와 연락이 끊겼다고 상황실에 처음 보고합니다.

이 경사가 현장으로 출동한 지 83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오전 9시 41분, 이 경사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이연준)

---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동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출동 당시 문제점은?

[동은영 기자 : 우선 '2인 1조' 원칙을 어긴 점입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6명으로, 고 이재석 경사와 A 팀장이 당직을 서고 있었고, 나머진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해경 훈령에 따르면 순찰차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명 이상이 타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이 경사는 홀로 출동했죠. 밀물 높이가 큰 '대조기'라 안전사고 위험 주의보가 발령된 날인데도 훈령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이 경사는 "물이 차오르고 있어 추가로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당시엔 아무도 현장에 나가지 않았고, 뒤늦게 출동한 건 이 경사의 무전이 끊기고 4분이 지난 3시 10분이었습니다. 특히 구명조끼가 하나만 더 있었으면 이 경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텐데, 무전 녹취록엔 추가 장비를 챙겨가라는 지시나 확인은 없었습니다.]

Q. 해경 조사 착수…유족 불만은?

[동은영 기자 : 저희가 보도에 활용한 CCTV나 드론 영상, 무전 녹취록 등은 유족 측이 해경으로부터 어렵게 받아낸 자료입니다. 유족 측은 사고 직후부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해경 측에 요청했는데요. 해경은 계속 설명을 회피하다가 어제(12일) 저녁이 돼서야 자료들을 넘겼습니다.]

[김민식 씨/故 이 경사 유족: 가면 갈수록 해경의 대처라든가 그다음에 하나씩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 진짜 울화통이 터집니다.]

[동은영 기자 : 유족 측은 고인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것보다 사건의 정확한 진상과 책임 규명이 우선이란 입장입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 영상편집 : 원형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귀에 빡!종원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