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떠보기·오리발·또 도발…"점차 레드라인 넘는 러시아식 공세"

떠보기·오리발·또 도발…"점차 레드라인 넘는 러시아식 공세"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거짓말과 부인은 소련식 기본 대응방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입을 받은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말입니다.

그는 러시아 드론의 침입이 단순한 '경로 이탈'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폴란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대서방 전략-서서히 도발수위를 높이며 대응하는지 지켜보기' 제하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대서방 위협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NYT는 최근 약 3주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서방 자산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겨냥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미국 기업 소유의 공장을 공습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해 유럽연합(EU) 대표부 건물과 영국문화원 피해를 봤습니다.

9월 10일 러시아 드론 침범으로 인해 파괴된 폴란드의 한 주택 지붕

지난 10일에는 러시아 드론들이 나토 소속인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고, 이에 폴란드 공군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이 황급히 대응 작전을 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 사례들이 전형적인 러시아의 수법을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공격 수위를 교묘하게 조율해 대응을 애매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의도를 부인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달 21일 러시아가 공격한 미국 기업의 공장은 커피 추출기를 만드는 민간 성격의 시설이었고, 28일 키이우 공습 당시 러시아군은 인근 건물을 타격해 EU 대표부와 영국문화원에는 파편 등에 따른 간접피해만 입혔습니다.

이번 영공 침범 이후에도 러시아는 폴란드 측 주장을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폴란드 내 표적을 파괴할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NYT는 "러시아가 오랜 기간 '기만과 부인' 전략을 사용해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러시아는 초기엔 표식 없는 군복 차림을 한 병사들을 배치하는 '속임수'를 썼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당시에도 러시아는 인도적 목적으로 자국 수송기를 파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크라이나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최근 전황과 관련해 러시아가 떠보기식 공격으로 반응을 살피고 공세 수위를 서서히 높여 대응을 무디게 만들고 책임을 부인할 어느 정도의 여지를 유지하면서 서방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점차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푸틴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푸틴이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며 강력한 대러시아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자국에 유리한 종전 협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가 향후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보장하겠다며 '양보'하는 모양새의 협상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일종의 '완화를 염두에 둔 긴장 고조' 전략이라고 NYT에 설명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딥빽X온더스팟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