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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픈AI가 서울에 지사를 연 이유?

오픈AI 코리아 출품 기자회견-제이슨권 CSO
2022년 말 '챗GPT'라는 거대언어모델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AI 시대를 알린 '오픈AI'가 지난 10일 서울에 지사를 열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도쿄와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열두 번째[1]라고 하는데요.

오픈AI가 한국에 지사를 공식 출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지 '오픈AI 코리아' 공식 출범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오픈AI 코리아 출품 기자회견장, 파이팩토리스튜디오
파스텔 핑크색으로 꾸며진 기자회견장, 파이팩토리스튜디오의 외경이 파란 하늘과 대비돼 멀리서도 눈에 띄었는데요. 무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스튜디오 주변에도 무궁화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1] 오픈AI는 샌프란시스코 본사 외에 시애틀, 뉴욕, 워싱턴DC, 런던, 더블린, 파리, 브뤼셀, 뮌헨, 취리히, 도쿄, 싱가포르, 그리고 이번에 서울에 지사를 열어 모두 12개의 지사를 두게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오픈AI 코리아 출범식서 설명하고 있는 제이슨 권 CSO
변호사 출신의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제이슨 권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오픈AI 코리아의 첫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돼 영광이라는 말로 기자회견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픈AI의 사명은 일반인공지능이 인류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챗GPT의 사용자는 전세계 7억 명. 개발자는 400만 명. 유료 비즈니스 사용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AI가 어떤 질문에도 유창하게 답을 하는 것에 사람들이 놀라면서 AI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첫 번째 '챗GPT 모먼트'라면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2]로의 역할까지 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두 번째 '챗GPT 모먼트' 라고 강조했습니다.

[2] 'AI 에이전트'란 인공지능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내려, 행동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오픈AI 코리아 출번식 날 2025년 AI가 에이전트의 역할을 하는 지금이 두 번째  '챗GPT 모멘트'라고 설명하고 있는 제이슨 권 CSO

"한국, 아시아에서 챗GPT (유료) 구독자수 가장 많은 나라"

그렇다면 왜 한국일까?

제이슨 권 CSO는 아직 한국지사장에 대해서나 지사의 규모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는 상태라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세 번째 지사로 출범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HBM의 제조 등 최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혁신적인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혁신의 이상적인 거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 3대 강국을 표방하는 등 인공지능 도입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차세대 글로벌 AI 허브'로서의 배경이 됐습니다.
AI시대 풀스택 생태계를 갖춘 한국의 모습 CG
<AI 관련 '풀스택[3]'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한국은 실제 주별 챗GPT 사용자 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4배나 늘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 수를 보유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봐도 증가 수가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이고, 오픈AI의 API[4]를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사례로 따져도 전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드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사를 한국에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지 구독자 수를 더 늘리기 위함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국이 AI로의 전환을 하는 것을 돕고, 정부가 원하는 'AI 민주화'를 지원함으로써 누구나 AI로 인한 혜택을 받기를 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3] 풀스택은 '앞단부터 뒤단까지 전부'를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HBM 등 하드웨어의 제조에서부터 AI기술을 활용하는 많은 혁신 기업들, 그리고 새로운 기술 사용에 거부감이 없는 얼리어답터 이용자들까지를 의미.

[4] API는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로,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소통하고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의 및 프로토콜 세트를 말한다. API를 통해 개발자는 외부 시스템의 복잡한 구현을 몰라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해당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간소화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기업들
그러면서 대표 협력 파트너로 최근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표한 카카오를 포함해 GS, 토스, LG전자, LGU+, 크래프톤, KT, 야놀자, 카페24, 티빙, SK텔레콤 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한국, AI 분야 교육 혁신의 장 될 가능성 높아"

오픈AI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및 학계와의 협력도 확산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11일에는 서울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AI 네이티브 캠퍼스'의 구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픈AI와 서울대와의 MOU는 한국의 대학 분야에서 맺은 첫 협약으로 교육 분야의 혁신 모델을 실험하는 출발점이 될 예정입니다.
서울대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연구, 교육 관련 MOU를 맺고 있는 오픈AI (유홍림 총장-제이슨 권 CSO)
<제이슨 권 오픈AI CSO와 유홍림 서울대 총장과의 MOU 서명식>

제이슨 권 CSO는 특히 "한국은 워낙 교육열이 높고, 누구나 교육 관련 접근권이 보장되길 바라며, 질 높은 교육을 지향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만약 "AI분야에서 새로운 교육 경험과 혁신 사례가 등장한다면 아마도 한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몇 주 전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에게 한국이 AI기술과 관련해 더 강점을 가진 분야가 어디라고 보느냐고 물었을 때 '교육'을 꼽은 것과도 맥이 닿습니다.
오픈AI 소라를 이용해 아티스트들이 DDP에서 미디어파사드 하는 모습-지난 8월 서울라이트 DDP2025 가을 모습
<지난 8월 열린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 프로젝트에 오픈AI 크리에이티브 랩 서울이 아티스트 21명과 콜라보해 오픈AI 영상 생성 도구인 Sora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진행했다. ⓒ서울디자인재단>

한국이 AI 분야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분야로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꼽았는데요. K팝 등 이미 전세계적으로 창의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이 아트 및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도 AI와의 연계를 통한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데이터 안보, 최근 한국의 '소버린[5]AI'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는데요.

아무래도 외국 서비스이다 보니 한국 기업 생태계가 오픈AI 시스템을 근간으로 구축됐을 때의 보안 관련 이슈 등에 대한 질문들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에 오픈AI는 3중의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사의 API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사의 데이터는 절대 거래하지 않으며, API에 추가 보안 기능을 제공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되고 보관하는지 등을 개발자들이 직접 관리하게 함으로써 보안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5] 소버린은 주권, 자주권을 뜻하는 말로 '소버린 AI'란 국가가 자국 내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AI를 말한다.
질의응답중인 제이슨권 CSO-오픈AI 코리아 출범 기자회견
한국이 기술주권을 위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6]을 제작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하드웨어 분야에서부터 탄탄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는 '풀스택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더라도 한국만을 위해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 분야에서와 같이 전세계로 기술을 수출하고 확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픈AI가 좋은 협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이슨 권 CSO는 이번 한국 지사의 출범이 한국과의 중장기적인 관계의 시작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오픈AI 관계자들이 얼마나 여러 번 한국을 방한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한국의 관심을 이해하려 노력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중장기적으로 오픈AI가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이고, AGI시대로 가는 데 있어 가장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저도 손을 들고 직접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제이슨 권 CSO의 답변입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반인공지능을 뜻하는) AGI[7] 시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오픈AI의 사명인데, 이는 오픈AI 혼자서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뿐 아니라 사회를 대표하는 주체인 정부 등과의 협력 말입니다. 이 화두가 오픈AI가 수년간 집중해 온 부분이고, 여전히 집중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중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방대한 데이터를 딥러닝을 통해 훈련시켜 다양한 작업에 적용 가능하게 만든 범용 인공지능 모델을 의미한다. 오픈AI의 챗GPT 등이 대표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7] AGI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로 범용인공지능, 혹은 일반인공지능이라고 부르며 인간을 넘어서는 지능을 가진 자율적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최근 AI 전문가들은 빠르면 1~2년에서, 최소 2030년까지는 기술적으로 AGI 시대가 이뤄질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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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코리아 출범 기자회견-왜 한국을 택했나?
SBS가 개최하는 지식 나눔 글로벌 포럼 SDF(SBS D포럼)가 처음 개최됐던 2000년대 초반, 한국은 하드웨어인 초고속 인터넷 고속도로가 잘 깔려 있고, 새로운 기술에 호의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국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얘기가 통용되면서, 디지털 기술의 '테스트 베드'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ICT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대거 방한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지난 6월 SK그룹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것에 이어, 이번 주 '오픈AI'가 열두 번째 지사를 서울에 출범했습니다. 어쩌면 한국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깐깐한 얼리어답터까지 갖춘 풀스택을 기반으로 AI시대에도, 다시 한번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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