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대 방화로 불타는 네팔 대통령 관저
네팔에서 SNS 접속을 차단한 정부 조치에 반발해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3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임시 정부를 이끌 지도자로는 전직 여성 대법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1일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보건인구부는 최근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전국에서 발생한 시위로 34명이 숨지고 1천368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보건인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41개 병원에서 사망자가 보고됐다며 부상자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팔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시위가 시작된 이후 전국 교도소에서 수감자 1만 3천572명이 탈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트만두 한 교도소 수감자들은 교도관을 제압하고 건물에 불을 지른 뒤 탈옥을 시도했고, 일부는 군인들에게 체포돼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습니다.
네팔 군 당국은 도주한 수감자들 가운데 19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네팔 당국이 지난 9일 오후 10시부터 도심에 군 병력을 투입한 이후 시위는 다소 잠잠해졌으나 카트만두와 인근 도시 일대에 내려진 통행 금지령은 오는 12일까지 연장됐습니다.
낮에는 생필품 구입 등을 위한 제한적 이동만 허용되고,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는 통행이 전면 금지됩니다.
군 당국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은 카트만두 주요 지역을 순찰하면서 차량과 행인들을 검문했고,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시위로 이틀 전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를 대신해 임시정부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 난관을 헌법적 틀 안에서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모든 정당에 호소한다"며 "시위대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최대한 신속히 마련되고 있다고 확신하고 협력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위대 내부에서 임시정부 수장 적임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수실라 카르키(73) 전 대법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습니다.
시위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군부에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제안했다"며 "우리는 의회를 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르키 전 대법원장은 2016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년가량 대법원장을 맡았고 당시 강단있는 판결로 대중적 지지를 받은 인물입니다.
일부 시위대는 전직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35) 카트만두 시장을 임시 지도자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대법원 판사이자 헌법 전문가인 발라람은 로이터에 "샤 시장은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포우델 대통령과 회담할 'Z세대' 대표자 중 한 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네팔 시위는 정부가 지난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데 반발해 시작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가 확산한다며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젊은 층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운동을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이번 시위에 가담하면서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습니다.
SNS상에서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돼 젊은 층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을 해 사상자가 늘었고, 대통령과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는 더 격화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최근 시위대 방화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생존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네팔 온라인 뉴스 포털 '카라브허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카라브허브는 지난 9일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현지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정정 보도를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