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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약국 허가, 주변 약국도 취소 소송 가능"…대법 첫 판결

"신규 약국 허가, 주변 약국도 취소 소송 가능"…대법 첫 판결
▲ 대법원

보건소가 새 약국을 내도록 허가했지만 주변에서 이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도 그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오늘(11일) A 씨 등이 서울시 영등포구보건소장을 상대로 낸 약국개설등록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의 처방약 조제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기존 약국 개설자의 이익은 관련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다른 약사에 대한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으로 인해 조제 기회를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게 된 기존 약국 개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만약 기존 약국 개설자가 운영하는 약국이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 당시를 전후해 의료기관이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한 적이 있다면, 그 약국은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으로 인해 해당 의료기관이 발행한 처방전에 대한 조제 기회가 감소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기존 약국개설자는 약국개설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약사인 B 씨는 2020년 7월 C 의원의 바로 옆 호실에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 보건소에 약국개설등록신청을 했고, 보건소는 같은 달 신청을 수리하는 내용의 약국개설등록처분을 했습니다.

그러자 C 의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 씨 등은 "약사법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일정한 장소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B 씨에 대한 약국개설등록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특정 약국이 의료기관과 밀접하게 연관된 장소에 설치돼 처방을 독점하게 됨으로써, 다른 약사들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그 인근 약국의 약사에게는 당해 약국 개설등록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이 있다"면서 A 씨 등이 소송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B 씨의 약국은 사실상 C 의원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해 개설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약국이 병원과 공간적·기능적 관계에서 독립된 장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약사법에 위반돼 위법하다"면서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A 씨 등이 운영하는 약국이 B 씨 약국의 인근 건물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약국 개설 등록 처분으로 인해 A 씨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약국과 이 사건 약국은 각각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있고, △원고들의 약국 인근 다른 건물에도 약국이 존재하며, △C 의원 발행 전체 처방전 중 원고들이 운영하는 약국이 차지하는 처방전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주된 매출이 C 의원 처방전에 기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 씨 등의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약국개설등록처분 취소소송에서 인근 기존 약국 개설자의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판단기준을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판시한 사건"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또 "대법원은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에 따라 의료기관과 담합 가능성이 큰 약국이 개설된 경우, 인근 약국개설자가 자신의 '조제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규 약국개설등록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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