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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가 불러올 우주 인터넷 시대…대한민국 통신 3사는 준비돼 있을까? [스프]

[오그랲]

오그랲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곧 있으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거라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도대체 스타링크가 뭐길래 이렇게 들썩이는 건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이른 등장... 1990년대 처음 소개된 저궤도 위성통신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위성을 이용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여러 위성들 가운데에서도 스타링크가 사용하는 건 저궤도에 위치한 위성들이죠.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를 통해 다양한 인공위성 궤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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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3만 6,000km 떨어져 있는 이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이 녀석은 지구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엔 마치 정지해 있는 듯하죠. 아주 높은 궤도에서 돌고 있어서 3개의 위성만으로도 지구 전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나 통신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어요.

정지궤도 위성보다 낮지만 고도가 2,000km 이상인 곳에서 돌고 있는 녀석들은 중궤도 위성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GPS에 이용되는 항법 위성들이 이 궤도를 이용하고 있죠.

2,000km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위성이 바로 저궤도 위성입니다. 스타링크의 위성은 지구 표면으로부터 불과 55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고궤도 위성과 비교해서 훨씬 더 가깝게 지구를 돌고 있어서 지연 속도는 낮고, 더 빠른 전송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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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저궤도 위성 하나가 송수신할 수 있는 범위는 고궤도 위성보다 훨씬 좁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죠.

그런데 사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그 시작을 살펴보려면 이 기업을 봐야 하는데요, 바로 모토로라입니다. 모토로라는 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입니다.

모토로라는 199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한 휴대전화 시장과 데이터 수요를 풀기 위해 고민고민 하다가 위성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고안합니다. 650km 고도에 77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을 만든 거죠. 지구 주변을 도는 77개의 인공위성이 마치 원자핵 주위를 도는 77개의 전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 프로젝트에 '이리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물론 실제 사업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고도를 좀 더 올렸고, 위성 개수도 66개로 줄이긴 했습니다.

모토로라만 위성 통신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닙니다. 인터넷도 위성을 통해 사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 빌 게이츠도 있었죠. 빌 게이츠는 일찍부터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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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하기 1년 전에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텔레데식을 발표합니다. 총 84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서 우주 공간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사실상 현재 스타링크의 사업 목표와 방법까지 거의 동일합니다. 문제는 사업성이었어요. 지상의 이동통신사와 비교해서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사업성이 너무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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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토로라와 빌 게이츠의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한 건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진 지상의 이동통신사의 커버리지 확대가 꽤나 지지부진했거든요. 그 틈을 위성 서비스로 노려보려 했던 건데 돈은 돈대로 들고, 여러 국가에 설치할 위성 기지국을 허가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서 사업이 진행이 되질 않았던 거죠. 그 사이 지상의 이동통신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는 급성장했고요.

결국 빌 게이츠의 텔레데식은 2002년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50억 달러가 넘게 든 이리듐 프로젝트는 단돈 2,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모토로라가 몰락한 원인 중 하나가 이 이리듐 프로젝트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가능케한 머스크의 로켓 재활용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실패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성공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스타링크의 모체인 스페이스X의 자랑, 로켓 재활용 때문입니다.

우주 산업에서 가장 큰 발목을 잡았던 건 비용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 발사체, 로켓 비용이죠.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로켓의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존엔 우주공간에 1kg의 화물을 보내는 데에 약 4만 달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이후엔 그 비용이 천 달러에서 2천 달러로 확 줄어들었죠.

이 팰컨9이 우주 로켓 역사상 처음으로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발사체입니다. 로켓을 재사용하면서 발사 비용이 현저히 떨어졌고 그러다 보니 관련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거죠.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재사용 로켓 모델은 팰컨9 블록5입니다. 이 블록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2018년 5월 11일 첫 발사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 역대 블록 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그래프에 표시된 라인 하나하나가 블록5 로켓을 의미합니다. 총 36개의 로켓이 모두 461회 발사되었습니다. 로켓 하나당 평균 12.8회 운행한 셈이죠. 총 6번의 착륙 실패와 1번의 발사 실패가 있었지만 꾸준히 재사용되며 우주를 오가고 있어요. 가장 오랫동안 재활용된 로켓은 B1067로 총 30번 재활용되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22년에 발사된 대한민국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도 이 블록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습니다. 스페이스X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 기관들을 상대로 우주 셔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싣고 우주로 쏘아 올린 건 역시나 스타링크 위성이죠.

블록5의 발사 가운데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한 경우는 모두 299건입니다. 전체 발사의 64.9%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이 9월 1일 기준으로 8,296개고요. 그중에 8,279개가 작동 중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그 개수를 더 늘려서 총 4만 2천대의 스타링크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계획이죠. 훨씬 더 많은 양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스타쉽을 활용해 대량으로 뿌릴 예정입니다. 최근 성공한 스타쉽 10차 시험 비행에서 위성 모형을 방출하는 데 성공한 만큼 그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점점 더 많은 스타링크 위성이 우리 지구 상공을 뒤덮으면서 스타링크 서비스 질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연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행 임박한 스타링크... 이동통신사 판 뒤흔들까?
올해 하반기면 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스타링크의 한국 법인이 설립된 건 지난 2023년으로 시간이 이미 꽤 됐습니다. 해외 사업자가 직접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순 없고 국내 사업자와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스타링크 코리아는 SK텔링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이 협정이 지난 5월에 승인되었죠. 남은 건 안테나에 대한 적합성 평가였는데 이것도 통과되었습니다.

참고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 달리 수신기가 있어야 해요. 마치 집 안에 와이파이용 기기를 설치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튼 행정 절차가 다 마무리된 셈이라 서비스 시작 시점은 사업자인 스타링크에 달려 있죠.

스타링크뿐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위성 통신업체인 원웹도 한국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웹은 한화시스템, KT샛과 협력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참고로 원웹의 창립자인 그렉 와일러는 2007년부터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구상했어요. 당시엔 돈이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실패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렉은 2014년에 일론 머스크를 만나 다시금 사업을 재가동시켰죠. 그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지구를 감쌀 단 하나의 웹, 원웹 프로젝트였죠. 물론 둘 사이에 갈등 때문에 지금은 갈라서서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요.

다시 스타링크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스타링크의 기술력과 별개로 여전히 의문인 지점이 있습니다. 로켓 재활용 같은 기술력 좋은 것 인정하고, 또 위성의 규모도 스타링크가 가장 많은 것 알겠는데 당장 우리에게 필요하냐는 거엔 물음표가 달립니다. 일반 이용자 입장에선 위성 서비스 없이도 문제없이 데이터를 쓰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대한민국은 지상의 통신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져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5G 연결 환경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죠.

인구 10만 명당 5G 기지국 수는 대한민국이 593.2로 압도적 1위를 자랑합니다. 2위인 리투아니아와 격차가 상당하죠. 인구 100명 당 5G 연결 지표 역시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매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를 점검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조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커버리지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75.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그보다 더 넓어져서 주요 3사의 커버리지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전국 어디서나 5G가 이용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상의 인프라가 거의 전국에 걸쳐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타링크의 메리트가 크게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스타링크의 속도와 가격도 국내 기존 서비스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한계점이죠.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기본 50Mbps이고 비싼 요금제로 하면 최대 500Mbps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기가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스타링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스타링크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당장은 힘을 못 쓸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래서 스타링크도 서비스 초기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단 B2B나 B2G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터넷 커버리지에서 가장 빈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상과 항공 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궤도 위성의 진가는 6G 시대에서 발휘된다?
지금 당장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실제로 큰 방향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엔 다를 수 있어요. 미래에 다가올 6세대 통신, 이른바 6G 시대에선 위성을 활용한 3차원 통신망 구축이 필수거든요.

지상의 기지국뿐 아니라 위성을 기지국으로 활용하게 되면 해상이나 항공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지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또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교통수단에서는 끊김 없는 통신이 필수적입니다. 이때 현재의 지상 기지국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위성 통신이 필수적인 인프라가 되죠.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기엔 2029년이면 6G 환경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그래서 주요 국가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에 투자해 나가고 있죠.

일단 미국은 4만 2천 개의 위성을 목표로 하는 스타링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요,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 네트워크, 궈왕이라는 이름을 단 이 사업은 2035년까지 총 1만 3천 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처음으로 궈왕의 첫 위성이 발사되었어요. 유럽도 마찬가집니다. 유럽은 민관이 합동으로 아이리스 스퀘어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궤도에 264개, 중궤도에 18개 위성을 쏘아 복합 위성 인터넷 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이렇게 투자에 나서는 건 기술 선점의 목적도 있지만, 기술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까요? 만약에 스타링크가 우리나라의 6G 시장을 장악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미국이 불평등 협정을 요구한다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게 우크라이나에게 닥쳤던 실제 상황입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죠. 러시아가 전쟁 발발 초기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설을 공격했을 때, 스타링크가 신속하게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어올 수 있었어요. 지상 기지국이 무력화되더라도 스타링크의 위성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가 통신을 원활히 이용했던 거죠.

그런데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이 스타링크를 빌미로 협상을 진행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게 희토류 지분 50%를 미국에 줄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 이랬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제안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스타링크 차단이었어요.

관련 내용이 전해지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차단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민간 기업들의 기술을 정부가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죠. 이런 상황에서 기술 종속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다른 국가들의 입장인 겁니다. 중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요. 그래서 앞다투어서 자체적인 위성 통신망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시작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총 3,2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일단 이 사업에는 저궤도 위성 2기 발사가 목표로 잡혀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의 규모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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