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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서 IT 하는 거 아니다…이게 대기업과 다툰 결과" (풀영상)

<앵커>

기술 탈취 분쟁 실태와 대책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보도 순서입니다. 오늘(10일)은 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대기업 간의 분쟁 사례로, 8년 가까운 긴 싸움 끝에 민사 재판에서 대기업이 기술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소프트웨어 업체는 충분한 배상금을 받고 회사도 다시 일으킬 수 있었을지, 탐사보도부 김민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민준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빌딩.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솔컴인포컴스가 있던 곳입니다.

[이 건물 2층을 통째로 다 썼었습니다.]

지난 2011년, 솔컴은 대기업 코오롱의 IT 계열사로부터 한국거래소에 납품할 증권시장 감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 말, 코오롱 계열사 측이 돌연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고 대표는 주장합니다.

[고시현/솔컴인포컴스 전 대표 : 누가 귀띔을 해주더래요. 아무래도 좀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코오롱이) 소프트웨어를 갖다 쓰는 것 같아요' 하는 얘기를 (한 거에요)]

기술 탈취를 의심한 고 대표는 법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형사 최종심에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판결이 났고, 민사 재판에서도 소프트웨어 복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술 침해를 매우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8년의 법정 다툼 끝에 얻어낸 배상액은 2천만 원.

애초 요구했던 2억 1천400만 원의 10%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재판부가 복제에 따른 피해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보니 코오롱 계열사가 솔컴에 내왔던 프로그램 이용료 등을 고려해 정한 액수였습니다.

코오롱 계열사 측은 취재진에게 "의도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지만, 법적 판단에 근거해 대가를 지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이 솔컴은 사업이 엉망이 됐고 끝내 문을 닫았습니다.

[고시현/솔컴인포컴스 전 대표 : (직원들도) 다 내보내고 그랬어요. 그쪽은 포기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IT 하는 거 아니다.]

정부가 기술 탈취 분쟁을 겪은 중소기업 600여 곳의 5년 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소송으로 인정받은 평균 배상액은 1억 4천만 원으로, 청구 금액의 17.5%에 불과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전유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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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해배상액이 이렇게 적은 건, 법원이 실제 매출 손실을 중심으로 액수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피해 기업이 기술 개발에 들인 비용도 배상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 저희가 연속 기획을 통해 지적해 온,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이어서 박수진 기자입니다.

<박수진 기자>

이제 막 제품을 개발한 벤처나 중소기업은 기술 탈취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충분히 배상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기술 침해로 피해 기업 매출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반대로 가해 기업은 얼마나 이득을 얻었는지를 주로 따지기 때문입니다.

[기술 탈취 피해 기업 : 심각한 사업 방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통은 저희 매출이 떨어지거나 이래야 돼요. 그런데 (아직) 론칭을 안 했잖아요.]

지난해부터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로 강화됐지만, 인정받는 손해액 자체가 적으면 총 배상금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도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한성숙/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그간 법원의 재량으로 판단되던 손해 금액 추정도 전문 기관을 통해서 판단하게 함으로써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기술 탈취 분쟁 소송 시 피해 기업들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수집한 양 측의 자료를 법원이 증거로 채택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입니다.

또, 법원이 행정기관에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공정위 등이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법원에 내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가해 기업 측이 반발하면 증거 확보가 어려웠던 문제를 보완한 겁니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김현상,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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