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의 한 수도원에서 사는 75살 여성 A 씨는 그제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금융감독원 관계자라고 밝힌 남성은 A 씨에게 "사용 중인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면서 "재산을 보호하려면 자기들에게 맡겨야 한다, 돈을 모두 인출해 금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기였지만, 이 말을 믿은 A 씨는 곧장 평생 모은 전 재산 1억 원을 인출해 금은방에서 금 130돈을 샀고, 이를 보자기에 싸들고 택시로 보이스피싱범이 지정한 광주 신안동 모텔로 향했습니다.
A 씨는 이동 중에도 계속 보이스피싱범과 통화를 했는데, 옆에서 이를 들은 택시기사가 뭔가 수상하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A 씨가 딸하고 통화한다고 했는데 전화기에선 남자 목소리가 들렸던 겁니다.
[경찰 지구대 관계자 : 딸이랑 통화한다는데 뭐가 좀 이상한 거 같다고 저희한테 신고를 했아요. 딸 목소리가 아닌 거 같다고. 말하는 거도 좀 내용도 좀 이상하고]
택시기사는 A 씨를 모텔에 내려준 뒤 보이스피싱인 거 같다며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모텔에서 지구대로 데려와 범죄에 속지 말라고 설득했습니다.
[경찰 지구대 관계자 : 피싱에 속아 가지고 몇 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세뇌가 되죠. 한 시간 넘게 설득했는데. 계속 통화를 하다 보면 그쪽에 세뇌가 돼가지고 우리 경찰관 말도 잘 안 믿어요. 그래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오래 걸려요. 경찰 제복 입고 있어도 안 믿는다니까요. 그 사람들 말을 철썩 같이 믿어 버린다니까요.]
A 씨는 보이스피싱범에게 연락 올 때까지 이른바 '셀프 감금', 즉 숙박업소에서 살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겨우 수도원으로 돌아갔습니다.
택시기사의 기지 덕분에 A 씨는 평생 모은 돈을 빼앗길 위기에서 벗어난 건데, 경찰은 발 빠른 신고를 한 이 택시기사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입니다.
문제의 보이스피싱범은 아직 잡히지 않은 거로 전해졌습니다.
(구성 : 이호건 / 영상편집 : 김나온 / 디자인 : 이수민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