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국기와 미국 국기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굴복했다는 비판에 EU의 한 간부는 "힘의 균형이 유럽인들에게 유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협상 노력을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집행위에 부여된 임무는 매우 명확했습니다. 갈등의 확대를 피하고 '노딜'을 막는 것이었습니다"며 "위원장은 이를 철저히 이행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위원장은 회원국들의 지시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보복 조처를 하지 말아 달라는 경제계 지도자들의 간청까지 고려했습니다"며 "이를 두고 뒤늦게 비난하는 건 부당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이어 "이제 국제 무역은 지정학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며 "마리오 드라기(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지적했듯, 상업적 힘은 더 이상 지정학적 힘을 대체하지 못합니다"고 말했습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EU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존적 위험'에 직면했습니다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EU의 약점은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며 "트럼프는 무역, 국방, 캐나다·그린란드 영토 등 서로 다른 문제들을 연결했는데, 이 모든 것이 EU의 관할권에 있는 건 아닙니다"라고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제약 조건을 고려하면 이번 협정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가 얻어낸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며 "특히 모든 분야에 15%라는 포괄적 한도를 확보했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와인·증류주가 무관세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는 "우리는 최대한 많은 면제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며 "추가 면제를 얻기 위해 계속 협상해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EU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무역 합의를 완성하는 등 세계 각국과 무역 관계를 다각화해 유럽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의 모국인 프랑스 등 일부 농업국가는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메르코수르와의 무역 협정은 일부 산업 분야에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랑스 농민들의 우려를 해결해야 합니다"며 "현재 프랑스는 유럽 차원에서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