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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전투원 살해 규모 부풀렸다"…군 위상 때문에?

"이스라엘, 하마스 전투원 살해 규모 부풀렸다"…군 위상 때문에?
▲ 이스라엘, 하마스 간 충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축소하고 하마스 등 전투조직 소속 사망자 수는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매체 '+972 매거진' 등과 공동 취재한 결과 이스라엘군 정보당국의 데이터베이스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소속 무장 조직 소속 인물 4만7천653명의 명단을 작성했으며, 이 가운데 8천900명을 사망자 또는 사망 추정자로 분류했습니다.

이 명단에는 하마스 고위 관계자 750명도 들어 있으며, 이 가운데 300명은 사망·사망 추정자에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데이터베이스 상 사망자 수치가 그간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군 지휘부가 공개한 전투원 사망자 수 1만7천∼2만 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 지휘부가 사망자 수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전쟁 피해 규모를 검토한 한 정보팀은 해당 데이터베이스 상 사상자 수를 약간 낮게 계산했을 수는 있지만, 정치인·군 지휘부가 공개한 사망자 수는 부정확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은 전쟁 초기부터 사망자 수를 성공의 척도로 삼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리엘 사령관은 전쟁 직후부터 사망자 수를 자체 목표로 설정하고 매일 그래프 형태의 사망자 수 통계를 발송했으며, 지휘관들은 마치 축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둘러앉아 '전쟁 계기판'이라고 불리는 통계 화면에서 사망자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고 가디언이 전했습니다.

사리엘의 한 부대원은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인터랙티브 계기판은 있었지만, 정작 전쟁의 목표는 이해하지 못했다"며 "수치로 모든 것을 평면화하는 것이 매우 좌절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이처럼 사망자 수에 집착하는 것은 2년 전 하마스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 실패를 만회해 자신들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했는데, 이스라엘 군은 이를 예측하지도,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했습니다.

당시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1천200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군 고위 관계자는 "그들의 잘못된 통계치를 작성하고 있다"며 "하마스와 연관된 사람들 모두를 사살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무엇을 승리의 조건으로 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사망자 수 부풀리기가 전쟁에 대한 장기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년간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를 파괴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이스라엘 군이 거의 영구적으로 주둔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한 목표라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통계는 과소 집계되고 있습니다.

군 데이터베이스와 가자 보건부의 명단을 비교해본 결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전투원 1명당 민간인 5명을 사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가자 보건부의 사상자 명단은 잔해 아래 묻힌 사람들을 제외하고 시신이 수습된 경우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민간인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전투원'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들은 국제법상 보호받는 민간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투원 1명당 민간인 사망자 수 비율을 낮추기 위해 전투원 사망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의회의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군이 발표한 전투원 사망자 수가 전투원 1명당 민간인 2명이라는 비율을 맞추려고 부풀린 것으로 지난해 4월 결론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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