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4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차기 대회 개최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설 중인 스키 리조트 공사에 난항을 겪으며 대체 개최국을 물색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현지 시간 2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소식통명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2029년 대회를 한국이나 중국이 대신 개최하고 사우디는 그다음 대회인 2033년 대회를 유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18년과 2022년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고, 대회에 필요한 시설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사우디 측과 이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10회째가 되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은 사우디 서부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도시인 네옴시티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탄소 국가 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그 안의 대규모 산악 관광단지인 '트로제나'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사우디는 트로제나에 스키 슬로프 등 경기장과 호텔, 스파, 골프장 등을 건설해 "세계적 수준의 동계스포츠 센터"로 만들겠다고 홍보했지만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먼저 물 공급 문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인공눈 제작을 비롯해 리조트에서 쓸 물을 확보하려면 200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끌어와야 하지만 핵심 시설인 해수 담수화 설비 공사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또한 트로제나 지역이 해발 2천600미터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고 공사 자체가 까다롭고 필요한 자재를 운송하는 것도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네옴시티 측은 "트로제나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한 내 완공이 불투명해지면서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권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의 결정에 따라 다른 국가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습니다.
국토의 95%가 사막인 사우디가 이처럼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우디 왕가가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워싱은 스포츠와 화이트 워싱의 합성어로 국가, 기업, 단체 등이 스포츠를 이용해 각종 문제를 은폐하고 이미지를 세탁하는 일을 뜻합니다.
사우디는 국내 각종 인권 문제를 비롯해 언론인 살해 등 범죄 혐의를 숨기기 위해 스포츠를 악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동·하계를 통틀어 아시안게임을 처음 유치한 사우디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하계 아시안게임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