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미얀마 노동자 감전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미리 인지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저희 취재진이 확보했습니다. 감전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 계획을 마련해 놓고도 이걸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신용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4일, 30대 미얀마인 노동자 A 씨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비가 쏟아진 뒤 양수기 점검 작업을 하다가 감전 사고를 당했습니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SBS가 입수했습니다.
현장의 위해 요소를 평가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작성한 문서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 재해 위험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 현장에선 의무적으로 이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받습니다.
법에 따라 만든 해당 계획서엔 이번 사고 원인이 된 양수기 안전을 위해 누전차단기를 설치하고, 분전반 시건 장치와 단자 연결부 절연 커버를 사용하라는 등 감전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특히 사고 당시처럼 비가 쏟아진 직후 상황을 가정해 '습기가 많은 장소에서 방수 성능이 부족한 전선 사용으로 누전된다거나,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하지 않아 파손되면 우천 시 누수로 인한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위험 요인을 세세하게 진단해 놓고도 정작 현장에선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경찰 수사 전담팀도 사실상 현장 매뉴얼인 해당 계획서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학영/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의원) : 책상 위에 있는 계획서가 실제 작업 현장에서 시행되지 않았다. 그건 그 실무자의 관리 감독 부재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불감증, 이거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수사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미얀마 노동자 A 씨는 최근 의식을 회복했지만 아직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윤형,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전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