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다 폐암에 걸린 영양사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조리업무를 담당하는 조리사의 폐암 발병을 산재로 인정한 판결은 있었지만, 조리업무를 직접 맡지 않는 영양사에게 산재를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최근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 씨는 1997년부터 제주 지역의 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2022년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23년 3월 폐암 수술을 받은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영양사의 주 업무는 조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조리 흄'에 대한 노출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구체적 직무와 작업 환경, 조리 방법 등을 따진 뒤 A 씨가 조리사·조리실무사처럼 전담으로 조리업무를 맡지는 않았더라도 상당 시간 조리에 참여해 조리 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근무했던 일부 학교의 장들과 A 씨와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조리인력 부족 또는 조리실무사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A 씨가 조리업무를 상당 시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종합해보면 A 씨는 영양사의 주 업무 외에 조리업무도 하루 최소 2~4시간 동안 수행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조리를 했으므로 조리 흄 등의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고 판단된다"며 "과거에는 전처리실·세척실·조리실이 분리돼 있지 않았고, 영양사실과 조리실이 공간적으로 분리된 경우에도 열린 창문을 통해 조리실의 유해물질이 영양사실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에는 "영양사라도 조리사와 동일하게 튀김·볶음 등의 조리업무에 장기간 관여했다면 조리 흄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의견도 고려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