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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는 척…취업난 중국 청년 사이에 '가짜출근' 사무실 인기

직장 다니는 척…취업난 중국 청년 사이에 '가짜출근' 사무실 인기
▲ 중국 항저우의 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

중국 남부 광둥성 둥관에 사는 저우수이(30)씨는 몇 년간 운영해 온 식품판매 사업을 작년에 접은 뒤 올해 4월부터 아침마다 시내의 한 사무실을 찾고 있습니다.

이곳은 실제 직장은 아니지만 책상과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 회의실, 탕비실과 간식거리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한 달에 약 500위안(9만 7천 원)을 내고 매일 '출근'하듯 이곳에 와서 인공지능(AI)으로 인터넷 기사를 작성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교류합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이처럼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가짜출근 회사'(假裝上班公司)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가짜출근 회사는 구직자나 소규모 창업자, 프리랜서 등을 겨냥한 일종의 공유오피스 서비스로 지난해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청두 등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등장했습니다.

일부 가짜출근 회사는 자리가 모두 차서 대기 명단까지 생겼습니다.

가짜출근 회사는 일반적인 회사의 사무실처럼 공간을 꾸며놓고 일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설을 제공하는 대가로 보통 하루에 30∼50위안(약 5천800∼9천700원)을 받습니다.

점심이나 간식, 음료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가짜출근 회사를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학교나 가족에게 '직장에 다니는 척'을 하러 오는 사회초년생들입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정규 일자리를 찾지 못한 탕샤오원(23)씨도 올해 초 상하이의 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 한 달간 자리를 빌려 '출근한 척'했습니다.

그가 졸업한 학교는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하거나 인턴십 활동을 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졸업증서를 주기 때문입니다.

탕 씨는 한 민간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으나 업무를 마쳐도 사장이 퇴근하기 전에는 아무도 집에 갈 수 없는 회사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대신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학교에 제출하고 남은 시간에는 웹소설을 써서 용돈을 벌었습니다.

둥관에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페이위(30·가명)씨는 이용자의 60%가 창업자나 원격근무자 등 프리랜서이지만 나머지 40%는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 낼 인턴십 활동 자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는 부모님의 압박 때문에 출근하는 것처럼 가짜 사무실을 찾기도 합니다.

광둥성 차오산 출신인 저우 씨는 가족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자신이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낸 뒤에야 부모님이 안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고급 화이트칼라 직업을 갖는 것'을 최고로 치는 중국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청년들의 좌절감이 가짜출근 사무실의 유행에 반영됐다고 짚었습니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은 "가짜출근은 전통적 사회 체계에 수용되지 못해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주류사회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 찾아낸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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