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미국 엔비디아와 AMD가 대(對)중국 반도체 칩 수출 대가로 판매 수익의 15%를 미 연방정부에 내기로 한 계약의 당사자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여곡절 끝에 근래 미국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H20, AMD가 MI308 칩의 중국 판매를 허가받았는데 그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것입니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협상해 판매수익 15%의 미 연방정부 이전을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과 유사한 AI용 하위 버전에 대해서도 중국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에게 H20은 구식이지만 여전히 시장성이 있으며 중국 판매를 허용하려면 판매수익 20%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15%로 내려 협상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SCMP는 AMD도 엔비디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MI308 칩의 대중 판매수익 15% 이전 협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와 관련해 AMD가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엔비디아는 SCMP에 "가속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 규정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 세계 시장 참여를 위해 미 정부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 브런즈윅 그룹의 수석 고문인 크리스토퍼 파딜라 전 미 상무부 차관은 엔비디아와 AMD의 판매수익 15%에 대한 미 정부 이전 계약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지 정부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냉전 이후 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사용된 8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통제하는 품목을 수출하려고 정부에 라이선스(허가)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자유무역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뿐더러 정부와 기업 간 전통적 관계의 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엔비디아와 AMD가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중국과 거래하려는 이유에 대해 "사실 미 행정부의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으로 미국 기술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엄청난 중국 시장 규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고사양 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불허하자 그보다 성능이 낮은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했으나, 작년 말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마저도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대중 압박 차원의 이 같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H20 수출 불허가 지난 4월 4일 희토류 17종 가운데 7종의 대미 수출통제라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막혀 결국 지난달 초 수출 허가된 바 있습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특화해 만든 칩으로,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대체 수출할 수 없는 품목입니다.
(사진=홍콩 SCMP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