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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80년…평화 호소에도 핵 폐기는 난망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80년…평화 호소에도 핵 폐기는 난망
▲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 여성이 원폭 돔 앞을 지나가고 있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80년이 됐습니다.

히로시마는 1945년 8월 6일, 나가사키는 사흘 뒤인 8월 9일 피폭했고 도시는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오늘(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당시 원폭 투하로 인해 불에 타거나 파괴된 건물 수는 히로시마 5만 천여 채, 나가사키 약 1만 3천 채로 추정됩니다.

건물 피해보다 치명적인 것은 인명 피해였습니다.

1945년 12월까지 히로시마에서는 약 14만 명, 나가사키에서는 약 7만 4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두 도시 합쳐 사망자 약 4만 명, 생존자 약 3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각 도시의 원폭 투하 날짜에 맞춰 피폭 80주년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개최합니다.

올해 히로시마 기념식에는 120개 국가·지역, 나가사키 행사에는 101개 국가·지역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두 역대 최다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히로시마시는 오늘 개최되는 평화 기념식에서 고(故) 쓰보이 스나오 씨가 강조했던 문구인 '네버 기브 업'을 언급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일본 피폭자 단체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을 지낸 그는 평생을 핵무기 폐기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아울러 히로시마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정세 등을 계기로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계획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거주 피폭자를 포함한 외국인 피폭자 약 10명이 초대됐고,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이들과 면담할 방침입니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은 오는 9일 열리는 기념식에서 '평화선언'을 통해 세계 각지의 분쟁을 즉시 멈추라고 요청할 예정입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 대립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도시의 평화 기념식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모두 참석할 예정인데, 작년 10월 취임한 그가 첫 인사말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도 주목됩니다.

아사히신문은 1947년 이후 역대 총리의 히로시마 평화 기념식 인사말을 분석한 결과, '핵무기 폐기'와 '핵 억지'를 언급한 사례가 극히 적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대 총리는 전쟁 포기와 항구적 평화, 유일한 피폭국, 비핵 3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지 않아 비판받았습니다.

비핵 3원칙은 일본이 핵무기를 제조·보유·반입하지 않는다는 규칙입니다.

히로시마시가 지역구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지난해 평화 기념식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을 호소하면서도 핵무기금지조약 가입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사히는 일본 총리들이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해 핵무기 폐기와 핵 억지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5일 게재한 '핵무기 폐기로부터의 역행을 허용하지 말라' 제하 사설에서 일본은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도록 규범을 만들고 핵무기 폐기로 이어질 외교를 해야 한다며 "한국 등과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핵무기 폐기로의 발걸음을 주도하는 것이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에 기대되는 역할이자 일본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피폭 이후 도시 부흥과 함께 원폭 참상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히로시마는 원폭 투하 지점에서 160m 떨어진 '원폭 돔'을 남겨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습니다.

외벽이 대부분 허물어지고 돔의 앙상한 철골 구조물만 남은 이 건물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상징하는 유산이 됐습니다.

원폭 돔 주변에는 원폭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혼을 달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조성한 평화기념공원과 피폭자 유품 등을 전시한 평화기념자료관이 있습니다.

공원과 자료관은 전후 일본 건축을 대표하는 단게 겐조가 설계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원폭의 위력을 보여주는 건물은 우라카미성당 옛 종루입니다.

피폭지에서 500m 거리에 있던 천주당은 1958년 해체 후 재건됐는데, 옛 종루가 인근에 쓰러진 채로 남아 있습니다.

우라카미성당에는 본래 종 2개가 있었으나, 피폭 이후 하나만 발견됐습니다.

천주당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이 복원해 기증한 나머지 종 하나를 지난 5월 공개했습니다.

원폭 관련 건물 보존과 도시 정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원폭을 경험한 피폭자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살아 있는 피폭자 수는 9만 9천130명입니다.

1980년에는 37만여 명에 달했으나, 점차 감소해 올해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피폭자 중 일부는 원폭이 투하됐을 당시 경험과 전쟁 공포를 알리는 증언 활동을 해 왔습니다.

히단쿄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폭자 평균 연령이 86세인 상황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피폭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전승자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승자는 생존 피폭자 경험을 토대로 원고를 작성해 피폭자와 마찬가지로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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