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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활력 불어넣는 '작은 베트남'…함양 계절근로자 기숙사

농촌 활력 불어넣는 '작은 베트남'…함양 계절근로자 기숙사
▲ 함양 외국인 계절근로자 호띠틴·레반권 씨

"필요한 시설이 모두 갖춰져 편하고, 말이 통하는 같은 동포끼리 한 공간에서 지내니 외로움도 덜해요. 한국 사람들도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해줘서 이곳이 이제는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경남 함양군이 전국 최초로 선보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가 농촌 인력난 해소와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상생 모델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3년째 일한다는 레반권(38) 씨는 기숙사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베트남에서 농사를 지으면 한 달에 약 75만 원을 벌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일을 해도 한 달에 200만 원 넘게 저축할 수 있습니다.

1년 중 3월부터 11월까지 최대 8개월을 기숙사에 체류하면서 농가로부터 작업 요청이 오면 양파 심기, 마늘 수확 등 농작물 전반에 걸친 작업을 합니다.

지난 달 양파 수확이 끝나면서 현재는 농사일 수요가 적은 편이라 일주일에 3∼4일 정도 농가를 돕고 있습니다.

레반권 씨는 "농업이 쉽지는 않지만, 농가 주인부터 공무원까지 모두가 친절하게 대하며 어려운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괜찮다"며 "퇴근 후에는 기숙사 근처 텃밭을 가꾸며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고, 남는 작물은 주변 이웃들과 나누는 행사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함양군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센터를 건립한 배경에는 심각한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함양 인구는 2020년 3만9천80명에서 2024년 3만6천369명으로 6.94%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농업인 비중은 66.5%에 달할 만큼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반면 농가 대부분이 1㏊ 미만 소규모 복합영농 형태로 노지작물을 재배하므로 농번기 일손은 항상 모자라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이전에는 마을 민박 등을 임차해 숙소로 사용했으나 생활 여건이 열악하고 인력 수송에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브로커 개입으로 인한 임금 착취, 문화·언어 장벽 등으로 근로자들의 고립감과 삶의 만족도가 저하되는 복합적 문제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에 군은 총사업비 18억 원으로 함양읍 도심 인근에 흉물로 방치된 폐모텔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작년 전국 최초로 공공형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했습니다.

이곳은 전체면적 752㎡, 3층 규모로 2∼4인용 생활공간 19실, 공동주방, 세탁실, 사무소 등이 갖춰져 총 42명이 입주해 생활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에 머무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월 20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만 내고 침대·에어컨·냉장고 등 필요한 가전제품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높은 만족감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주 52시간 적용, 4대 보험 가입, 의료 지원 등 내국인과 다를 바 없는 지원을 받습니다.

올해가 한국 생활 1년 차라는 베트남인 호띠틴(26) 씨는 "본국에 계시는 어머니께 생활비도 넉넉히 보내고 싶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하기도 해 입국했다"며 "밖으로 다니면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도 해주고 다들 너무 친절하다"고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올해 40여 명의 계절근로자가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모두 베트남 사람입니다.

이들은 함양군과 교류하는 베트남 다낭시 남짜미읍에서 온 근로자들입니다.

현재 기숙사는 '작은 베트남'이라 불릴 만큼 편안하고 안정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서는 무단이탈이나 도박 등 범죄를 막기 위한 행동 규범과 상벌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결혼 이민자들이 통역을 맡아 농가 요청 사항을 전달하고 작업을 지도하는 등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지역 내에서 거의 사라지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전상진 함양농협 공공형계절근로센터장은 "계절노동자들은 한식구처럼 지내며 텃밭에 자국 작물을 재배해 지역민과 나누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매달 한글이나 법질서·문화 교육 등을 해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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