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납치됐다'는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남자친구가 전국을 돌며 연인을 빙자해 수십억 원을 가로챈 수배범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40대 남성 A 씨를 지난 18일 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A 씨는 경기 고양과 파주, 서울 마포, 부산, 경북 울진 등 전국 각지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연인 관계로 발전해 투자를 빌미로 수십억 원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은 지난 7일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딸이 남자친구에게 납치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추적 끝에 이들이 경북 구미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미경찰서와 공조해 10일 오후 6시 15분 A 씨와 실종 대상자인 40대 여성 B 씨를 함께 발견했습니다.
A 씨를 검거 당시 B 씨는 "납치가 아니고 그를 사랑해서 자발적으로 따라간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연인을 빙자한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고, 수십 건의 고소가 접수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고급 차량을 이용해 재력가인 것처럼 꾸민 뒤 지역 커뮤니티나 술집 등에서 40~50대 홀로 사는 여성들과 접촉해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후 동거를 하며 주식·부동산 투자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 명의의 계좌와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자금을 조작·관리하며 돈을 가로챘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모두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B 씨에게도 결혼을 전제로 허위 아파트 매물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고 B 씨 부모 명의 계좌로 자금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해 약 1억 2천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이 돈은 피해액 5억 5천만 원인 파주시의 또 다른 여성 피해자에게 이체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한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또 다른 피해 여성에게 투자금처럼 보이도록 이체해 신뢰를 유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경찰은 A 씨가 B 씨와 교제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여성들과 이중, 삼중의 연애 관계를 유지했고 이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피해 여성은 A 씨가 검거될 때까지 그의 본명조차 알지 못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9명, 피해액은 수십억 원대로, A 씨를 구속 송치한 뒤에도 사건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