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우 특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광주 남구 한 맨홀에서 빗물이 역류하고 있다.
어제(17일) 광주·전남에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빗물에 차량과 운전자 고립이 속출했고 주택과 상가는 물론 지하철 역사까지 잠기면서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일상이 마비됐습니다.
홍수경보가 내려진 주요 하천도 범람 직전까지 물이 차올라 재난 당국은 비상 대응에 나섰습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일 강수량은 광주가 411.9㎜로 가장 많았습니다.
나주 378㎜, 담양 봉산 371.5㎜, 함평 월야 321.5㎜, 화순 백아 304㎜, 장성 290㎜, 무안 해제 273.5㎜ 등을 기록했습니다.
평소 7월 한 달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졌습니다.
전남 나주에는 이날 오후 3시쯤 시간당 92㎜가 내렸고 광주 남구 80㎜, 담양 봉산 74㎜, 순천 70.8㎜, 곡성군 옥과면 70.5㎜, 구례군 성삼재 57.5㎜ 등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기상청은 오는 19일까지 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200∼300㎜, 많은 곳은 400㎜ 이상이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해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한꺼번에 내린 많은 비에 고립 등 아찔한 상황이 잇따랐습니다.
이날 오후 3시 54분 광주 북구 임동 광천2교에서 빗물에 사람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늘어난 광주천 수위에 어려움을 겪다가 1시간 20여 분 만에 구조를 마쳤습니다.
앞서 오후 1시 22분에는 광주 북구 오룡동 과학기술원 인근 도로가 잠기면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다수 고립됐습니다.
특히 로컬푸드 매장에 있던 77명이 통행로가 사라져 발이 묶였다가 재난 당국에 구조됐습니다.
상습 침수 구역인 남구 백운광장과 대남대로 일대에도 오전 한때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차량들이 고립됐습니다.
진월동에서는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북구 용봉동 북구청사 주변 도로에서도 트럭과 택시 등 차량 5대가 빗물에 잠겨 시동이 꺼지면서 한때 고립됐습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 고서중학교 앞에서도 운전자가 침수된 차량에 갇혔다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전통시장, 상가, 지하철 역사 등 일상 공간이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북구 말바우시장에서는 상점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상인들이 집기류로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광주 도시철도는 일부 구간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광주교통공사는 이날 오후 5시쯤 상무역 대합실 침수 여파로 인근 화정역∼공항역 6개 역사 열차 운행을 차단했습니다.
이어 오후 8시 37분부터 광주송정역∼평동역 3개 역사 열차 운행을 추가로 중단했습니다.
이날 저녁 마륵(김대중컨벤션센터)역과 도산역이 침수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현재 도시철도 1호선은 소태역부터 농성역까지 8개 역사만 전동차가 왕복 운행 중입니다.
시내버스는 전 노선 운행 중이지만 34개 노선 372대가 우회 운행하고 있고 시외버스도 일부 노선 운행이 지연됐습니다.
광주공항에 오가는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으며 전남 섬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도 대부분 지연·결항했습니다.
KTX와 SRT는 광주송정역∼목포역, 용산역∼서대전역 구간의 운행이 중지된 상태입니다.
하천 범람 우려에 지자체의 주민 대피 명령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는 이날 오후 3시 40분을 기해 소태천 범람 우려로 소태·용산·운림동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대피소인 동구문화센터, 친인척의 집 등 안전지대로 대피를 안내했습니다.
북구도 이날 오후 5시 14분 석곡천 범람 우려로 화암동 일대 주민들에게 동초등학교 대피시설로 이동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북구는 6시 7분 서방천 인근 주민들에게 용봉초, 6시 19분에는 문흥성당 주변 주민들에게 문흥중앙초 대피를 추가로 명령했습니다.
서방천과 가까운 전남대 농대 쪽문 일대도 침수가 발생하면서 태봉초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남구도 광주천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며 대피 명령 시 즉각 이동하라는 사전 안내 문자메시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대피 명령이 발령되면 양림동, 서동, 구동, 사동, 방림동 주민들은 학강초등학교, 대성초등학교, 방림초등학교 강당 등으로 대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도로가 갈라지거나 낙뢰로 인한 정전이 발생한 곳도 있었습니다.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고 인근에서는 인도와 도로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졌습니다.
강한 비바람에 나무가 넘어져 도로를 가로막거나 야산과 공사장 주변에서 흙탕물이 흘러 내려와 통행에 방해가 된 곳도 있었습니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광주공고 일대가 정전돼 학생들이 전원 조기 귀가 조처됐고, 담양군 담양읍 일대는 전력공급이 끊겨 한전이 조치에 나섰습니다.
광주에서는 이날 오후 8시 기준 도로 침수 247건, 건물 침수 151건, 도로 장애 14건, 인명 구조 203건, 기타 28건 등 모두 460건의 안전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전남에서도 주택 침수 66건, 도로 장애 74건, 배수지 지원 4건, 기타 65건 등 총 212건을 안전 조치했습니다.
홍수경보도 점차 확대됐습니다.
영산강 지류인 광주 북구 용산교·서구 유촌교·광산구 풍영정천2교·광산구 극락교·광산구 용진교·광산구 평림교·광산구 장록교와 전남 담양군 삼지교·담양군 양지교·함평군 원고막교·함평군 학야교·전남 장성군 금계리·장성군 제2황룡교·나주시 나주대교, 섬진강 구간인 곡성군 금곡교·순천시 용서교 등 16개 지점에 홍수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영산강인 전남 화순군 주도교·나주시 우산교·나주시 동곡리, 섬진강인 구례군 구례교·구례군 송정리·광양시 용강교 등 6곳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광주시는 비상 3단계, 전남도는 비상 2단계를 유지하며 하천 주변 도로와 다리 밑 도로, 지하차도 등의 통행을 통제 중입니다.
광주에서는 하상도로 16곳과 지하차도 5곳, 둔치주차장 11곳, 하천 진출입로 336개소의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전남도 역시 하상도로와 둔치주차장 등에 대한 출입 통제와 함께 침수 피해 우려가 큰 나주·담양·곡성·화순·함평·영광·장성·신안 주민 373세대 492명을 사전 대피하도록 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