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 인구해변의 밤
"양양 문란한 도시 아닙니다. 현실과 다른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해 너무 힘드네요."
관광도시로 명성을 쌓아온 강원 양양군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허위 정보와 악의적인 여론 조작으로 인해 이미지가 훼손되고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어제(14일) 군에 따르면 최근 특정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양양지역과 관련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게시물이 지속해 유포되면서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고 지역 상권이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정보가 확산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양양에 사는 게 부끄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에 주민들은 '양양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자 단체'까지 꾸려 여론 조작 정황을 수집하고 지자체와 수사기관 등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왜곡된 정보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지목하는 여러 게시글 중 대표 사례는 지난 4월 17일 올라온 '아직도 양양 가면 안 된다는 사람들 주목, 정확한 이유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입니다.
이 글은 게시 하루 만에 조회수 110만 회, 추천 수 3천여 건, 댓글 수 1천8백여 개를 기록했습니다.
글쓴이는 해당 글을 양양지역 관광업체 SNS에서 퍼온 것이라 하며 "양양에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잘 오는데, 못 가는 사람들이 양양을 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글을 관광 홍보를 위해 SNS에 게시한 바는 있으나, 게시글 중 일부 내용만 편집해 악의적으로 올라온 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주민들이 주목한 부분은 해당 게시물이 업로드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같은 내용의 글이 다른 커뮤니티와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되고, 각 글 역시 비정상적인 속도로 조회와 반응이 증가한 부분입니다.
게다가 작성자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하거나 잠적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포털 사이트에 '양양 마케팅 근황' 등을 검색하면 당시 올라온 게시물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 게시물에 집중적으로 달린 조작된 댓글과 반응들은 이후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고, 사실 확인 없이 유튜브와 SNS 등에 무차별적으로 정보가 확산했다고 주민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2023년부터 성 관련 루머가 유포되고 있으며, 피해는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루머의 경우 인종 차별적인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떤 루머는 이후 거짓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소문이 퍼진 뒤였습니다.
결국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러한 루머와 결부해 '양양 가면 믿거(믿고 거른다의 줄임말)' 등 양양을 비하하는 조롱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과 상인들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이 지역경제의 핵심인 양양은 외부 방문객의 감소가 곧 생존 문제로 직결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양지역 해수욕장에는 80만 4천854명이 방문해 전년도 보다 4.9% 증가했지만,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증가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양에서 2015년부터 관광업을 하는 박 모 씨는 "지역 주민들이 양양군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놀림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기업들도 점차 이 지역에서 행사나 협업을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단순히 관광 매출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며 "직접 양양에 와보면 소문과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지난 주말 양양지역 해수욕장에서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서피비치를 찾은 피서객 송 모(58)씨는 "온라인에서 양양이 퇴폐하거나 문란하다는 소문이 많아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며 "물론 해변이나 시간대에 따라 방문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낮에는 가족들도 부담 없이 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낙산해수욕장을 찾은 김 모(27)씨도 "오히려 너무 차분한 분위기라 놀랐다"며 "동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사안을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이 아닌 '지역사회를 겨냥한 명예훼손'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500여 명이 모인 '양양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자 단체'는 군과 경찰에 강력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이 요구한 내용은 ▲ 3년간 반복된 관련 조작 사례에 대한 종합적 조사 ▲ 여론 조작 및 조직적 정보 유포 정황에 대한 수사 ▲ 관련 작성자 및 유포자에 대한 책임 추궁 ▲ 해당 사안에 대한 공정하고 진실한 사실 확인 보도 유도 ▲ 향후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응 마련 등입니다.
군도 이들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변호사 자문을 거쳐 허위 사실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유사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관광산업에 기반을 둔 지역 특성상 온라인 루머는 군민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허위 정보를 유포한 이들에게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