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에도 '짝퉁 베어링' 대량 납품…2호기엔 설치되기도

한울·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발견된 '짝퉁 베어링'이 부산 고리원전에도 대량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계속 운행을 추진 중인 노후 원전인 고리 2호기에는 짝퉁 베어링이 6개월이나 설치됐다가 최근 교체됐습니다.

오늘(14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초 한빛 원전에서 처음 발견된 '비순정 베어링'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산 고리원전에서도 해당 제품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웨덴 기업인 SKF사의 정품 베어링이 납품돼야 하지만 비순정 제품이 공급사 3곳을 통해 고리원전으로 들어왔습니다.

베어링은 전동기를 지지하고,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장비입니다.

고리 본부가 현재 보관하고 있는 1천412개의 베어링 중 비순정품은 489개로 확인됐습니다.

고리 본부에는 최근 해체 승인이 난 고리1호기와 계속 운전을 추진 중인 2·3호기, 현재 가동 중인 4호기·신고리 1, 2호기 등 총 6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비순정품은 고리 1호기와 2호기에 실제로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2호기는 원자로가 꺼진 상태지만 재가동을 위한 유지 설비는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리 1호기에는 '디젤구동소방펌프'에 비순정 베어링 2개가 지난해 8월 20일 설치됐습니다.

고리 2호기에는 '주 제어실 공기 조절 팬 전동기'에 지난해 8월 23일 비순정품 2개가 설치됐고, 같은 해 10월 24일 '보조 건물 배출 팬 전동기'에 1개가, 같은 해 12월 '기체 폐기물압축기 전동기'에 1개가 설치됐습니다.

이들 부품은 최장 6개월가량 설치돼 있다가 비순정품으로 확인된 올해 6월 27일 교체가 완료됐습니다.

비순정품이 설치된 곳에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수원은 밝혔습니다.

해당 부품의 국내 공급사는 총 3곳으로 확인됩니다.

S 업체가 404개, D 업체가 77개, A 업체가 8개를 납품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한울 1호기 충전 펌프에 설치된 전동기 베어링 가운데 일부가 비순정품으로 확인되자 공급한 업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주민들은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고리원전안전협의회 주민대표위원인 맹승자 기장군의원은 "조달 검수 절차가 매우 부실했다는 것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면서 "주민 협의회에 이런 사실을 늦게 보고하고 부실하게 알린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제보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