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 악보 다 손으로 쓰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니요. 처음에 3~40% 정도만 손으로 쓰고, 제가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텍스트나 보이는 매체로서 정리해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더라고요.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순간 제가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아니게 되는 것 같고 왜곡된 상태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정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한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오히려 쓰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안 쓰면 기억이 있었다가 없어졌다가 반복하거든요. 오랜 기간 동안 남는 아이디어들을 취합해서 그 아이디어를 토대로 곡을 써요. 바로 컴퓨터로 하면 집중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손으로 쓰다가 '곡이 이제 머리에 다 있으니까 그냥 사보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컴퓨터 사보를 시작해요.
김수현 기자 : 하루를 쪼개서 작업하는 과정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과정인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보통은. 머릿속의 생각은 지금 할 수도 있고 걸어다닐 때 할 수도 있고 잘 때도 자주 하는데, 그걸 꺼내는.
김수현 기자 : 꺼내는 작업도 일필휘지로 되지는 않잖아요. 모차르트는 빨리 했다던데 머릿속에 있던 게 후루룩 나온 거고, 베토벤은 계속 고쳐썼다고.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쓰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근데 그때와는 악보가 다르니까 물리적으로 조금 오래 걸리긴 합니다.
김수현 기자 : 편성이 커질수록 오래 걸리겠네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맞아요.
김수현 기자 : 작품의 모티브 등 음악적인 영감은 어떻게 얻으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이디어를 오래 구체화시키면 여러 곡을 쓸 수 있어요. 공유하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에 곡은 달라도 그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발현시키는가에 따라서 제가 쓰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편성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특정한 모티브를 얻는다기보다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다른 사람 곡을 들으러 음악회에도 많이 다니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엄청 많이 다닙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이하느리 작곡가 : 아니요. 전혀 관련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영화는요? 아까 '브루탈리스트' 말씀하셨지요.
이하느리 작곡가 : 영화는 그냥 엄청나게 좋아하는 거고, 음악과 상관이 있지는 않아요.
박재현 기자 : 요즘 취미 생활은 어떤 걸 하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곡 안 쓸 때는 보통 영화를 보거든요. 근데 요즘은 영화를 볼 시간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영화 음악을 하신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아요.
이하느리 작곡가 : 네, 몇 개 했었어요.
김수현 기자 : 단편 영화.
이하느리 작곡가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연락을 주셔서 해봤는데 재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미디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해서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더 공부해서 나중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김수현 기자 : 미디 프로그램을 평소에는 많이 안 쓰세요?
이하느리 작곡가 : 아예 안 씁니다.
박재현 기자 : 거의 사보 프로그램만.
이하느리 작곡가 : 네, 사보 프로그램을. 그러니까 소리를 켤 일이 없어요. 미디와는 상관이 없어요.
김수현 기자 : 사보 프로그램이라는 게 악보를 그리는 거를 말씀하시는 거죠?
박재현 기자 : 네, 손으로 그리는 대신 찍어서 프린트하면 나오는 겁니다. 미디 프로그램은 소리를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머릿속에 음악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미디로 하면 소리에 매몰돼서 아이디어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머릿속의 음악을 그대로 구현하는 작업만 하시는 것 같아요. 그걸 소리로 실행시키지 않고.
김수현 기자 : 영화음악에서는 그게 좀 필요한가요?
이하느리 작곡가 : 단편 영화라서 라이브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가상 악기로 작업해야 돼요. 제가 다룰 줄은 아는데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러다 보니까.
김수현 기자 : 영화음악 작업은 영화가 나온 것을 보고 거기에 입히는 건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