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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뿌리고 팬 돌리고…축산농가들 가축 보호 초비상

물 뿌리고 팬 돌리고…축산농가들 가축 보호 초비상
▲ 폭염 속 축사

"사람도 지치는 데 말도 못 하는 애들은 오죽할까요"

어제(9일) 오전 충북 제천시 금성면 사곡리 한우 농장(3천305㎡ 규모)에서 한우 180마리를 사육하는 원 모(42)씨가 자식 같다는 소들을 안타깝게 바라봤습니다.

오전 10시 무렵 축사 한쪽 벽에 걸린 디지털 온도계에 숫자 '31'이 표시됐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소들도 힘겨운지 꼬리를 흔들며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농장의 3개 축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사(1천800㎡)에서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팬 20개가 끊임없이 돌며 바람을 아래로 내려보냈고, 연무소독기에선 연신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원래 소독을 위해 설치했지만, 더위를 식히는 스프링클러 역할도 한다고 원 씨는 설명했습니다.

부친과 함께 축사를 운영 중인 원 씨는 "어제는 그나마 비가 내려 괜찮았지만, 며칠 전엔 오후 5시께 축사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다"며 "그때는 선풍기를 다 틀고 물을 뿌려도 소가 숨을 헐떡일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소들이 먹이를 제대로 먹지 않는 것도 고민입니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량은 약 7∼8㎏이지만 폭염이 지속하면 소들이 사료를 잘 안 먹어 살이 붙지 않고, 이 때문에 등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계농장도 초비상입니다.

단양군 영춘면에서 산란계 1만 3천 마리를 기르는 최 모(69)씨는 요즘 더위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환기를 시키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만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기엔 역부족입니다.

최 씨는 "닭이 알을 낳으려면 체온 조절이 중요한데, 이 폭염에선 면역력부터 떨어진다"며 "먹는 양도 줄고, 알도 제대로 못 낳을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의 농장에선 더위를 이기지 못한 200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최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농가들이 축산재해보험을 들지만 피해 두 수가 몇백 마리 수준이면 보험금을 받아봤자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허근행 대한양계협회 제천시지부 사무국장은 "기후변화로 여름철에 농가마다 소규모 폐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재해보험의 자부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육계 농장은 산란계 농장보다도 폭염에 더 취약합니다.

높은 사육 밀도 때문인데 닭 수천 마리가 빽빽하게 들어차면 열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갇히고, 이는 폐사로 이어집니다.

실제 도내에서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16개 농가가 가축 폐사(1만 3천237마리) 피해 신고를 했습니다.

축종별 폐사 규모는 닭 1만 94마리, 오리 3천28마리, 돼지 115마리입니다.

충북도는 지난 7일 모든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비상근무 단계를 1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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