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 속 감자 수확 현장
"30년 농사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에요."
30도를 넘는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오늘(9일) 낮 외국인 노동자 60여 명이 수확 작업을 하는 강원 강릉시 청량동의 한 감자밭에서는 감자를 수확하는 땅속 작물 수확기가 지나는 곳마다 흙먼지가 뽀얗게 솟아올랐습니다.
수확 현장을 바라보는 농민 강 모(68)씨는 수심이 가득합니다.
지난 3월 20일 21만㎡의 밭에 심은 감자가 수확량은 절반가량 감소하고 품질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강 씨는 파종 후 이어진 가뭄으로 물 대기가 어려워 순이 죽으며 감자가 자라지 못하게 되자 직접 관정을 뚫어 스프링클러 등으로 물을 주고 약을 뿌리며 더 많은 애를 썼으나 결국 가뭄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350∼400g의 상품을 기대했던 강 씨가 올해 수확한 감자는 계란 크기의 평균 200g 안팎이었습니다.
수확량도 50%가량 감소했습니다.

강 씨는 "30년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가뭄 피해는 처음"이라며 "올해는 감자 농사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애를 썼으나 가뭄으로 수확량은 대폭 감소하고 품질은 작년의 반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5월 초에 심은 6만㎡가량의 무밭은 가뭄으로 폐기처분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지었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농사 규모가 크고 감자밭 옆에 작은 수로라도 있어 물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었던 강 씨는 형편이 좀 나은 편입니다.
살수차 이용 등 물을 주기 어려웠던 농민들은 탁구공 정도 크기의 작은 씨알에 수확량도 뚝 떨어져 한숨짓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감자 수확량이 3.3㎡에 평균 9.9㎏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6.6㎏으로 30% 넘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합니다.
특히 옥수수와 고추 등의 가뭄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강릉의 평년 6월 강우량이 118.5mm였으나 올해는 18.6mm에 그쳐 평년 대비 약 84%가 감소하는 기록적인 가뭄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분간 비 예보도 없어 가뭄 피해 확산이 우려됩니다.
이에 시는 농업용수 공급의 핵심 기반인 용수시설 346개소에 대한 점검을 완료하고, 양수 장비 58대를 읍면동에 전진 배치했습니다.
농기계임대사업소 양수 장비도 즉시 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농업용 관정 37공과 스프링클러, 양수기 추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가뭄에 취약한 밭작물의 용수 공급을 위해 지원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 촬영 유형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