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 '내부 비판자'로 꼽히는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신임 동부지검장은 오늘(4일) 취임 일성으로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며 검찰 내부를 향해 비판과 자성의 말을 던졌습니다.
아울러 외부에서 몰아치는 검찰 개혁 파고에 대처하기 위한 일대 변화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임 지검장은 오늘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은 정의와 죄의 무게를 저울"이라며 "언제나 틀리는 저울도 쓸모없지만, 더러 맞고 더러 틀리는 저울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쓸모가 없다.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간의 검찰 수사를 두고는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은 사실"이라며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했습니다.
이어 앞선 검찰 개혁 분위기 속에 검찰이 보였던 행보와 관련해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 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라면서 "우리 모두 잘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 구조 개혁의 해일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고 주문했습니다.
임 지검장은 "역대 동부검사장들의 취임사와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도 구해 읽어봤다"며 "서글펐다.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 금지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이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앞서 임 지검장은 오늘 오전 처음 출근하면서는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어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한 내부 반발을 두고선 "내부 반발은 수십 년 동안 계속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때보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일각에서 '검찰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전임 정부를 거론,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평가가 있지 않았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 수괴로 조사받는 모습이 참담한 후배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그때 잘못 평가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연수원 30기) 신임 남부지검장도 오늘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청사로 처음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김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 성찰하는 자세로 검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그 첫걸음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다수의 선량한 시민과 사회적 약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인권 옹호 기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검찰력은 범죄로부터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 과정에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수사, 공판, 형 집행 등 모든 업무에서 피해자 지원에 힘쓰고 인권 보호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