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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차기 대표의 판도 '전문가 vs 낙하산'…임직원 여론 나왔다! [취재파일]

KF-21 시제기를 생산하는 KAI 조립동

'용현파 군부 낙하산'의 퇴장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대표이사 자리가 비었습니다. 최대 주주가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기 때문에 KAI 대표이사는 정부에서 선임합니다. 정부가 KAI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이력서를 들여다보는 대상은 5~10명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과 관료 출신의 낙하산이 두루 포함됐다는 전언입니다.

"KAI 대표이사에 더 이상 낙하산은 안 된다"는 다수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표이사 경쟁 구도는 전문가 대 낙하산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두각을 나타내는 3명이 있다"고 SBS에 털어놨습니다. 류광수 전 KAI 부사장(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겸 기술고문)과 강은호 전 방사청장(현 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 그리고 문승욱 전 산업통상부 장관입니다. 이들의 3파전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장인 블로그 '블라인드'에서 KAI 임직원 200명 이상이 참가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적합도 조사를 했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KAI의 발전을 위해 차기 대표가 누가 돼야 하는지 절감하는 사람들의 적합도 조사라서 방산업계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1위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훌쩍 넘었습니다.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 합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2위 지지율의 거의 2배에 달했습니다.
 

류광수 vs 강은호 vs 문승욱…장단점은?

류광수 전 KAI 부사장, 강은호 전 방사청장, 문승욱 전 산자부 장관 (왼쪽부터)

전문가 그룹의 선두인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산증인'으로 널리 알려진 항공우주 전문가입니다. 경공격기 FA-50도 류 전 부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고정익 항공기 개발의 한국 최고 전문가로 꼽힙니다. "KF-21 블록-Ⅱ 공대지 개발, 미국화된 FA-50의 재국산화 등 KAI 앞에 놓인 난제들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류광수 부사장은 KAI 해고의 이력이 있습니다. 류 부사장 해고는 한국 방산 역사에 기록된 희대의 기행에 따른 결과입니다. 강구영 전 KAI 사장이 낙하산 취임 사흘 만에 별다른 이유 없이 돌연 5인의 핵심 임원을 해고한 것입니다. 방산학계의 한 교수는 "쫓겨났지만 좋은 대우 받으며 더 큰 회사에 스카우트된 것을 보면 류 전 부사장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AI 대표로 선임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낙하산으로 분류되는 강은호 전 방사청장은 현재 전북대, 부산대 등 3개 대학에서 방위산업 과정을 이끌고 있습니다. K방산의 인기에 힘입어 방산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과 대학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방위사업 전문가입니다. 대선 때 민주당의 국방산업특보로 활동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3차장, 국방부 2차관에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낙점 받지 못했습니다.

방위사업을 총괄했던 방사청장 출신이 방산업체 대표를 맡는다면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한 방산업체의 임원은 "이해충돌 소지가 해소된다는 전제에서 강 전 청장은 누구보다 방위사업에 정통하기 때문에 KAI 대표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역대 방사청장 중 방산업체들과의 관계가 가장 좋아서 KAI와 협력업체의 '이인삼각'도 월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KAI 대표로 선임될 경우 "첨단 우주항공 방산기업에 또 낙하산이냐"는 실망 여론과 3개 대학 방산 과정의 운영 파행은 부담입니다.

역시 낙하산 그룹에 속하는 문승욱 전 산자부 장관은 산자부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10여 년 전 방사청 한국형헬기사업단 민군협력부장, 차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방사청 핵심 소식통은 "온화한 성품의 관료 출신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가까운 사이"라며 "KAI의 최대 현안인 고정익 사업에 익숙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했습니다. 김경수 전 지사 밑에서 경제부지사를 맡았을 정도로 김 전 지사의 측근이란 점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보입니다.  
 

적합도 조사 결과는?

지난주 직장인 블로그 '블라인드'에서 KAI 임직원들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시됐습니다. 후보는 류광수 전 부사장, 강은호 전 방사청장, 김준명 전 운영그룹장, 안현호 전 대표이사, 김한일 전 홍보실장 등 5명입니다. 류광수, 김준명, 김한일 등이 전문가 그룹에 속하고, 강은호, 안현호 등은 낙하산으로 분류됩니다. 임직원들은 KAI를 가장 잘 아는, 그래서 KAI에 필요한 차기 대표이사의 자격에도 정통한지라 적합도 조사 결과가 방산업계에서 무겁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KAI 임직원들의 차기 대표이사 적합도 조사 결과

KAI 전체 임직원 약 5천500명 가운데 201명이 참가한 상태에서 1위는 류광수 전 부사장으로 114표, 57%입니다. 유일한 세 자릿수 득표이자,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2위는 강은호 전 청장입니다. 61표, 30%로 나왔습니다. 김준명 전 운영그룹장과 안현호 전 대표이사, 김한일 전 홍보실장은 각각 12표(6%), 10표(5%), 4표(2%)를 얻었습니다.

"전문가냐, 낙하산이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결과가 한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김경수 전 지사의 측근도 끼어든 각축전이라서 정부의 선택을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KAI의 한 임원은 "류광수 전 부사장은 잘 팔리는 KF-21을 빨리 개발하고, 강은호 전 청장은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국산화 비율 높은 KF-21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문승욱 전 장관의 경우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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