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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 묻혔던 '비극'…70여 년 만에 발굴

<앵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4·3 피난처, 어오름궤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난 1월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동굴 안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이 드디어 70여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김동은 기자입니다.

<기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랜턴을 밝히고 작업이 한창입니다.

동굴 내부에는 측량 장비가 설치됐고, 긴 막대를 이용해 높이와 거리 등을 측정합니다.

[27이요. 이거 전부 깡통이랑 비슷한 레벨이야.]

깨진 항아리와 탄피, 탄두 등 유물들의 위치도 세밀하게 정리합니다.

모두 4·3 피난민들이 사용했던 유물들로, 동굴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 유물 위치 등을 정확히 기록하는 겁니다.

[철제품 50번이요.]

위치 확인 작업을 마친 유물들을 하나씩 봉투에 넣습니다.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던 동굴 속에서 70년 넘게 방치됐던 유물들이 처음으로 외부에 나오는 겁니다.

이렇게 모인 봉투만 수십 개가 넘습니다.

4·3 피난민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들은 70여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지난 1월 JIBS가 어오름궤 현장을 최초 보도한 이후, 6개월 만입니다.

특히 이번 발굴에서는 중산간에서 나오기 힘든 물안경 파편과 만년필도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박근태/일영문화유산연구원장 :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런 유물들이 추가로 밑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생활용품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해녀 하셨던 분이 쓰셨던 수경의 일부도 지금 확인되고 있고….]

현재까지는 4·3 유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 찌그러진 탄두뿐만 아니라, 탄피 양도 상당해 금속 탐지기를 이용한 추가 조사도 벌일 예정입니다.

또 이번에 발굴된 유물에 대한 세척과 복원 작업을 거쳐 당시 피난 상황을 재구성할 계획입니다.

[박근태/일영문화유산연구원장 : 유물들과 이 굴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여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그런 것들을 추정하고….]

지하 동굴 속 어둠을 뚫고 7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어오름궤의 비극.

4·3 피난과 토벌의 실체까지 규명될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윤인수 JIBS)

JIBS 김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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