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협상에 적극 임해온 일본을 상대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약 일주일 앞두고 연일 압박성 발언을 내놓는 가운데 일본은 즉각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오늘(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관세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언급에 대해 "미국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하나하나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일 간에는 진지하고 성실한 협상이 계속되는 중"이라며 "양국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실현하기 위해 협상을 정력적으로 계속해갈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1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말한 데 대해 사실상 논평을 피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과 관련한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나는 많은 나라들에 (상호관세율 등을 적시한)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본에 대해 "우리는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나는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 하겠다. 일본과는 합의할지 의문시된다"고 밝힌 뒤 "그들은 매우 완고하다"며 "그들은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보낼 서한 내용에 대해 "당신은 (대미 관세로) 30%나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어떤 수치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미일 관세협상은 7차에 걸친 장관급 회담이 진행됐지만, 합의에는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일본을 매우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량의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일본을 저격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시해 온 자동차 관세와 민감품목인 쌀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저격으로 속이 타는 처지에 몰리게 됐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나타내며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애초 일본은 미국과 양자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에서 대면한 양국 정상 회담이 큰 틀의 합의가 성사될 일정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상회담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뒤 워싱턴 DC에서 열린 7차 장관급 협상에서는 일본 측 협상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협상 진척을 위해 체류 일정까지 연장했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만나지조차 못했습니다.
일본이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일 관세협상이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본이 관세협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자동차 관세를 놓고 미국도 좀처럼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쌀 같은 민감 품목을 협상 카드로 쓰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닛케이는 "7차 협상 후 미국에 남아 조율 작업을 계속하던 실무급 당국자들도 귀국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액화천연가스(LNG)와 옥수수를 비롯한 미국 상품 수입 확대, 미국산 반도체 수조 원어치 구매, 경제안보 분야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타결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 재조정을 협상의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상호관세에서 일률적으로 부과한 10%에 더해 국가별로 차등해 추가 적용하는 관세 (일본은 14%)만 협의가 가능하고,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품목별 관세 조정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