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상대국과의 통화에서 자국군을 험담한 태국 총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태국 헌재는 어제(1일) 패통탄 친나왓 총리에 대한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총리가 헌법상 윤리 기준을 위반했는지 심리하기로 했습니다.
판결이 나올 때까지 총리 직무가 정지되면서, 수리야 쯩룽르앙낏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됐습니다.
[ 태국 방콕 시민 : 많은 뉴스를 보지만 정치 뉴스는 지루합니다.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에요. 이런 일(총리 직무 정지)도 예전에 있었던 일이 또 반복됐어요. 상황이 더 좋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
앞서 캄보디아와 국경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패통탄 총리가 분쟁 상대국 실권자인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과 통화한 내용이 폭로되며 파문이 일었습니다.
패통탄 총리는 통화에서 자국군 사령관을 '적'으로 지칭하며,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훈센 의장이 원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군부 영향력이 막강한 태국에서 패통탄 총리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보수 성향 상원의원 36명은 총리가 헌법 윤리를 위반했다며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헌재에 냈습니다.
패통탄 총리는 협상을 위한 전략적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총리직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자신을 내각에 남기는 내각 구성안이 국왕 승인을 받아 문화부 장관직을 겸임하게 됐습니다.
패통탄 총리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로, 지난해 전임 총리가 부적격 인사를 기용해 해임된 뒤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집권 10개월 만에 전임 총리와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됐습니다.
패통탄 총리 지지율은 지난 3월 30.9%에서 지난달 9.2%로 급락했습니다.
( 영상편집: 김수영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