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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끝인가요?"…잠 안 자야 충전하는 전주사랑상품권

"벌써 끝인가요?"…잠 안 자야 충전하는 전주사랑상품권
▲ 전주사랑상품권 7월 발행 종료 안내문

"돼지카드(전주사랑상품권) 충전, 벌써 끝난 건가요? 일어나자마자 (6시 20분에) 충천 시도 해봤는데 안 되네요."

"0시 30분에 충전 시도했는데 대기자가 4천 명이었어요. 12분 기다려서 충전하다 잤네요."

전북 전주시의 지역 화폐인 전주사랑상품권의 하반기 충전이 시작된 오늘(1일), 이른 시간부터 지역 커뮤니티가 들썩였습니다.

전주시는 매월 1일 0시부터 1인당 50만 원의 전주사랑상품권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데, 7월은 지난달과 달리 오전 6시 전주사랑상품권 월 발행 규모가 초과해 발행이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발행액이 소진되지 않으면 이달 31일까지 충전할 수 있지만, 충전이 시작된 첫날 새벽에 모두 소진되는 바람에 대다수의 시민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주사랑상품권 충전에 실패한 이 모(40대)씨도 "꼭두새벽에 잠이 깨 충전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주변에 물어보니 자정부터 시도했다가 1시쯤에야 겨우 충전이 됐다고 하더라"며 "소진이 너무 빠르다"고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전주사랑상품권의 발행이 일찍 종료된 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발행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전주시는 올해 전주사랑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2천억 원으로 잡았는데, 이 중 1천350억 원을 상반기에 소진했습니다.

하반기에는 650억 원만 발행할 계획인데,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주사랑상품권 예산이 66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줄면서 이번 달 발행 규모를 75억 원으로 정했습니다.

지난달 안내된 전주사랑상품권 공지

전주사랑상품권의 발행 규모가 작고 오전 0시부터 시작하는 충전 방식이 불편하다는 민원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행정 당국은 효율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 65만 명의 전주시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행한 전주사랑상품권 규모는 1조 1천억 원입니다.

반면 전주시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군산시(25만여 명)는 같은 기간 군산사랑상품권을 2조 2천830억 원어치나 발행했습니다.

인구 비례로 보면 군산시가 4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또 군산시는 전주시와 달리 월별 발행 액수를 정해두지 않아 시민들이 어느 때나 군산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차 모(30대·전주시) 씨는 "전주시가 6천억 원대 빚을 졌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는데, 정말 돈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데 돈을 써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며 "지역상품권은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인 만큼 이런 곳(지역상품권 발행)에 예산을 더 써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비판했습니다.

장 모(56·전주시) 씨도 "아침 7시에 충천을 시도했으나 '한도 소진'이라는 알림 문구만 떴다"면서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 전쟁도 아닌데, 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지역상품권 충전을 위해 새벽에 잠도 못 자게 하는 불편한 상황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주시는 우선 정부의 2차 추경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안을 증액(6천억 원)한 만큼 발행 규모를 점차 늘려본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역상품권 발행은 정부의 국비 보조를 받더라도 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비로 조달하는 '매칭 사업'인 만큼 발행 금액을 크게 늘릴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주시 민생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전주사랑상품권에 대한 다양한 민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오전 9시에 충전을 시작할 경우 시스템의 과부하 등으로 오류가 생겨 사용자 분산 차원에서 2년 전부터 0시 충전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매칭 사업으로 국비가 지원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주사랑상품권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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