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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거세다. 지난달에 공개된 이후 2주가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넷플릭스 전 세계 차트 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6월 말 기준, FlixPatrol 참고). 여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많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시청자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방영 직후 유튜브에는 주인공의 공연 장면을 편집해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올린 영상들이 줄줄이 업로드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나 넷플릭스가 아니라, 팬덤 차원에서 먼저 일어났다. 댓글의 반응도 폭발적인데, "영화 속 아이돌의 공식 앨범을 내달라", "호랑이 굿즈를 내달라", "버추얼 아이돌로 데뷔해 달라" 등등 현실 아이돌의 인기를 능가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요인을 짚었다. 중독성 강한 사운드트랙, 세심하게 디자인된 캐릭터. 한국의 케이팝(K-pop) 문화도 잘 구현하였고, 홍보 영상으로 써도 좋을 만큼 한국적 요소도 훌륭하게 녹여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얘기되지 않는 요인 하나가 있다. 이것은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에서 열풍을 일으킨 다른 작품에서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그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력으로 '한국적 요소'가 꼽힌다. 이를테면 라면, 목욕탕, 남산타워 등 한국인이 일상에서 즐기는 것들은 물론이고, '작호도'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사자 보이즈'의 콘셉트 등 한국 고유의 문화도 상당히 가미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적 요소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보는 해석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하되, 그것을 너무 부담스럽거나 생소하지 않게, 다시 말해 글로벌 트렌드 위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 문화'와 '글로벌 감성'의 절묘한 배합, 이것이 핵심이다.

일단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적 아이템을 차용하지만, 극의 정서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라면'과 '목욕탕'은 한국적이지만, 틈틈이 간식을 먹고 싶고 늘어져 쉬고 싶은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은 케이팝의 대표적인 특성을 잘 고증했다. 카리스마, 시크, 귀여움의 매력을 고루 지닌 '헌트릭스' 멤버들, 데뷔곡은 청량하고 후속곡은 다크한 '사자 보이즈'의 노래 등이 그렇다. 하지만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도 '최애'의 얼굴에 정신이 팔리는 주인공의 재밌는 모습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신선함'과 '보편성'을 동시에 잡는 것. 이것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특히 중요한 덕목이다. OTT의 시청자는 영화가 아니라 TV 프로그램을 보듯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콘텐츠를 접한다. 그렇기 때문에 OTT 시청자는 너무 생소하거나, 혹은 지루한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눈길을 잡아끌 만한 요소가 있는 대신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될 만큼 친근한 스토리를 선호한다. 퇴마, 속죄, 정체성 등을 다루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서사 역시 이미 알고 있어서 더 맛있는 그 맛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이 작품의 첫 번째 시즌은 한국의 전통놀이, 화려한 세트장 등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잔인한 본성, 극한의 자본주의 시스템 등 공감할 만한 서사를 줄기로 삼는다. 반대로 시즌 2, 시즌 3로 갈수록 혹평이 늘어난 것은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지며 스토리의 평범함만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