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자 옆에 탄 친구로 운전자를 바꾼 교통경찰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전주지법 제3-2형사부(황지애 부장판사)는 범인도피 방조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4) 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전북경찰청 소속 교통경찰관이었던 A 씨는 2023년 5월 15일 오후 10시 45분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97%로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앞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사고 직후 조수석에 탄 친구 B(34) 씨가 "내가 (술을 안 마셨으니) 운전했다고 할게"라고 말하자 차량 운전석에서 뒷좌석으로 이동한 다음 뒷문으로 내렸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별다른 의심 없이 운전석에서 내린 B 씨를 상대로만 음주 여부를 측정한 뒤 단순 사고로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차량 탑승자의 부상 정도와 경위 등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은 "운전자 바꿔치기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결국 해임된 채 법정에 선 A 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 "다시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게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동료 경찰관들도 A 씨의 평소 행실을 거론하며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신체를 위협하는 범죄로 사회적 위험성과 해악이 크며, 범인 도피 또한 사법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은 교통단속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이러한 사정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도 범행에 이르렀으므로 죄책이 무겁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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