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구입용 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자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이던 강북권에서 '풍선효과' 기대감이 부상하는 분위기입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를 포함한 강북권 시장은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비해 시세가 크게 낮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강도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 27일과 28일 서대문구의 부동산들은 이어지는 방문 손님과 문의 전화에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프리미엄(웃돈)이 저렴하게 붙은 가재울 뉴타운 쪽으로 문의가 많은 것 같다"면서 "아파트 매도인들은 기존 매도가로는 상급지로 가기 어려워지자 집값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 대출 규제에 따르면 평균 시세가 30억 원을 웃도는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집을 사려면 25억∼26억 원 이상 들고 있어야 하고, 용산과 송파는 최소 16억∼17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나 고소득자가 아니고서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반면 노도강, 금관구와 중랑을 포함한 7개 자치구는 아파트 평균 시세가 6억∼8억 원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해도 6억 원 이내에서 대출받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습니다.
서대문, 강서, 동대문, 은평, 성북도 이번 정책에 따른 대출 한도 감소 폭이 850만∼1억 원 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여기에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자 '이제라도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진 실수요자들이 강북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하는 가운데 아직 '대세 상승'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강북권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호가가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오른다면 저항감이 생겨서 실거래 흐름 자체는 빨리 끊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020∼2021년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부동산 매수세가 이어졌지만 이후 다시 하락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과거에 대한 '학습효과'를 가진 탓에 외곽지역의 상승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해석입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상급지 갈아타기가 시장의 흐름이어서 외곽 지역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나 '갭 메우기'가 당분간은 안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위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대출도 줄이고 6개월 내 입주 조건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외곽지역이 반사이익을 보려면 한 달 전도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