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성남시에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문을 열었습니다. 대형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직접 의약품들을 골라 담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약사들의 반응은 좀 다릅니다.
장훈경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문을 연 '창고형 약국.
430㎡로 최근 개설된 약국들 평균의 7배 정도 큰 규모인데 카트나 장바구니에 의약품을 골라 담는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박차수/서울 송파구 : 가격은 20% 정도 저렴한 것 같아요. 한꺼번에 와서 사는 게 괜찮을 것 같아요.]
7명 정도의 약사들이 머물며 약 설명과 추천을 해 줍니다.
[남은정/경기 시흥시 : (약사들이) 많이 계시니까 여쭤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두선/창고형 약국 대표 : 생각했던 것보다 소비자의 반응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2~3년 후에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확장을 앞당기려고) 지금 현재 계획 중입니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환영' 분위기인데, 일선 약국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전국 약국은 2005년 처음으로 2만 곳을 넘은 뒤 2023년에는 2만 4천여 곳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경쟁이 이미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A 약사/경기도 성남 : 이익만을 따지는 사람들이 자꾸 이런 쪽에도 들어오면 경제 논리에 의해서 작은 약국들이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의약품은 필요할 때 적정량을 써야 하는데 창고형 약국이 대량 구매를 부추겨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B 약사/경기도 성남 : 맞는 약을 줘야 되잖아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건데. (약사의) 의무이자 어떤 역할 같은 걸 거의 많이 무시한 채 너무 자본 경쟁으로만….]
대한약사회는 "창고형이라는 공산품 판매 방식을 약국에 적용하는 건, 약국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부정하고 약사의 직업윤리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탈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적극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최진화,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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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장훈경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창고형 약국 확산 가능성..약사 반발은?
[장훈경 기자 : 네, 오늘(29일) 취재한 창고형 약국에서는 근무 중인 약사들을 노출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이미 약사들의 사진이나 실명 등의 개인정보가 단체 대화방 등에서 노출돼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약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같은 형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의약품은 판매자 가격 표시제로,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데, 제약사에서 사들인 가격보다 싸게만 팔지 않으면 돼서, 박리다매가 가능한 창고형 약국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창고형 약국 측은 앞으로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겠다며 일반 약국과는 상권이 자연스레 분리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Q. 창고형 약국..복지부 입장은?
[장훈경 기자 : 네, 복지부는 창고형 약국의 개설자가 약사인 데다가, 이미 약국 안에서 복약 지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의약품 대량 구매는, 동네 약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데다, 오남용 문제는 소비자 본인이 판단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약사들로부터 이 약국과 관련된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