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안규백 장관 후보자, 이두희 차관, 김현종 1차장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끄럽게 나서서 자리를 구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인물들입니다. 그럼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요직을 맡았습니다. "주머니 속에 숨어 있지만 은근히 드러나기 마련인 송곳, 즉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다"는 인사평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장관, 차관, 1차장 인사를 보면 남아있는 국방 주요 직위자 인선의 방향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사청장, 국방과학연구소장, KAI 대표이사, 그리고 장성 인사까지 줄을 서고 있는 인사 계획도 낭중지추들이 선택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정치에 줄 대는 기술자들을 제치고 실력자들이 기용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국방, 5·16 이후 첫 문민 국방의 전망은 밝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한 그들
김현종 안보실 1차장은 5군단장, 3사단장 등 작전 임무 외에 국방부 미국정책과장, 육군 정책실장, 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등을 역임한 정책통입니다. 전역 후 이력이 이색적입니다. '한국군사랑모임'의 대표로 일하면서 모범 장병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격오지 부대를 위문 방문하는 등 비정치적으로 군을 돕는 데 힘썼습니다. 이두희 차관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예비역 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김 차장과 몇 년간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한 현역 장교는 "남 시선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김 차장을 평가했습니다.
안규백 후보자로 귀착된 51대 국방장관 자리도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안 후보자는 경쟁자들에 비해 조용한 대신 움직임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내가 꼭 장관이 되겠다"며 손 들고 나선 이들이 있었지만 안규백 후보자는 소리 없이 내실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라 정치와 멀리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장관 지명을 받기 위해 정치적 잔기술을 부리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당 보좌관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국방 요직을 희망하면 '낭중지추'가 돼야
차기 방사청장을 노리는 인물로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산 분야에서 한두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에 방사청장 출사표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방사청장들이 하나같이 예비역 육군 장성들이어서 인사의 상향 이동 제한, 사기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내부 승진의 필요성도 작지 않아 보입니다. 내부 승진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도 있습니다.
민주당과 특수 관계의 어떤 예비역은 KAI 대표이사와 국방과학연구소장 중 하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용현파'로 분류되지만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연내 교체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KAI 낙하산 사장을 희망하며 민주당을 노크하는 KAI의 경영과 수출 부문 전직 임원들도 있습니다. 낙하산에 길들여진 KAI 임직원들은 이왕이면 '힘 센 낙하산'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웃지 못할 전언도 들립니다.
장군 인사는 4성 대장의 대대적인 교체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12·3 계엄의 여파로 상반기 장성 인사를 못해 인사 폭이 큰 데다 계엄 잔당 색출 차원에서도 인사를 광범위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4성 인사의 규모가 커지면 3성, 2성도 자동적으로 대거 물갈이될 전망입니다.
어떻게 하면 낙점을 받을 수 있을까? 정확한 힌트가 장관, 차관, 1차장 인사에 있습니다. 정치에 줄 대는 인사들은 우선 아웃될 것 같습니다. 정치와 거리를 둬도 실력 없으면 역시 탈락입니다. 실력은 빼어나되, 정치와 거리를 두고, 스스로 나서지 않는 낭중지추라면 기대를 걸 만 합니다. 이런 식의 인사가 지속되면 이번 정부의 국방은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