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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간판에 외국어 쓰면 벌금…'영어 범람' 경계

러, 간판에 외국어 쓰면 벌금…'영어 범람' 경계
▲ 러시아 모스크바 패션위크 관련 안내판

러시아에서 외국어로만 쓰인 간판을 규제하는 러시아어 보호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오픈'(open), '세일'(sale), '타워'(tower) 등 외국어가 남용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어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서입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에 따르면 이 법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와 상원(연방평의회)을 통과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으며 내년 3월 1일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법은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정보를 반드시 러시아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단, 러시아 내 소수민족 언어는 예외로 허용합니다.

나이키(Nike), 아이폰(iPhone) 등 브랜드는 그대로 영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푸치노, 라테 등 외국어로 된 커피 이름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게가 영업 중이라는 표시로 '오픈'이라고 적은 간판을 세울 수는 있지만, 반드시 '열었다'는 의미의 러시아어를 키릴문자로 병기해야 합니다.

즉 러시아어는 의무, 외국어는 선택 사항입니다.

주거단지 이름은 키릴문자로만 표기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항을 위반하면 5천∼1만 루블(약 8만7천∼17만4천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주거단지 이름에 외국어만 쓰였을 경우 벌금은 10만∼50만 루블(약 174만∼870만 원)로 더 큽니다.

러시아에서는 간판뿐 아니라 사무 용어 속 외국어 남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소련 붕괴 이후 외국어, 특히 영어 범람이 시작했다"며 협력을 '콜라보레이션', 청소를 '클리닝', 회의를 '콘퍼런스콜' 등 영어로 대체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공식 문서나 TV 등에서 외국어 대신 같은 의미의 러시아어를 사용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어학자 세르게이 하프로프는 기술 발전이 외국어, 외래어 유입의 근본 원인이라며 "각종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그에 맞는 러시아어 이름을 만들어 세계에 보급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서방과 대립하며 정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어 교육이 폐지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역사 교육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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