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범고래도 도구 만든다…"다시마로 만든 도구로 서로 몸단장"

범고래도 도구 만든다…"다시마로 만든 도구로 서로 몸단장"
▲ 몸 사이에 다시마 줄기를 끼우고 문지르는 범고래들

해양 포유류인 범고래가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채취해 도구를 만들고 이것으로 서로 몸단장(allokelping)을 해주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고래연구센터 마이클 와이스 박사팀은 24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 세일리시해(Salish Sea)의 남부 거주 범고래(southern resident killer whale)들이 다시마 같은 해조류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를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와이스 박사는 "범고래들이 사회적 상호작용 중에 규칙적으로 다시마를 일정 길이로 만들어 서로 피부를 손질해 주는 행동을 보였다"며 "이 연구는 범고래가 도구를 직접 만들고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영장류, 조류, 코끼리 등 육상 동물에서는 많이 관찰됐으나 해양 동물에서는 보고된 사례가 훨씬 드뭅니다.

연구팀은 고래류의 도구 사용은 그동안 먹이를 획득하는 상황에 국한됐었고 특히 대상을 변형시켜 도구를 만드는 것이 보고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 사이 태평양 일부인 세일리시해에 사는 남부 거주 범고래 개체군을 드론을 이용해 공중 관측하던 중 다시마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행동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범고래는 남은 개체가 80마리도 안 될 만큼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개체군으로 연구팀은 이들의 먹이 포획 및 사회 행동 등을 2018년부터 모니터링해왔습니다.

2024년 4월 10일~7월 27일 드론으로 촬영된 고해상도 영상에는 범고래들이 다시마 줄기 끝부분을 부러뜨려 도구를 만들고, 이 다시마 줄기를 다른 개체의 몸에 문지르거나 두 마리가 몸 사이에 끼우고 문지르는 등 함께 사용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연구팀은 범고래들이 다시마를 서로 몸에 문지르는 행동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사회적 행동이라며 이를 '다시마 상호 단장'(allokelping)으로 명명했습니다.

다시마 상호 단장은 범고래 집단 내에서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관찰됐고, 가까운 친척이거나 비슷한 연령대 사이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또 죽은 피부가 벗겨지는 탈피(molting)가 진행 중인 범고래일수록 다시마 상호 단장에 더 자주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이 행동이 위생 기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시마 상호 단장이 세일리시해 범고래 개체군만의 독특한 행동인지 다른 고래 개체군이나 종에도 있는 행동인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 발견은 해양 포유류의 도구 사용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와이스 박사는 "가장 놀라운 점은 이 행동이 범고래에서 흔한 것처럼 보이는데, 관찰연구가 50여 년간이나 진행됐음에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이 동물에 대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Center for Whale Research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경제 이슈를 한입에 쏙! 김밥경제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 국내최고 콘텐츠판매 플랫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