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지마 범죄의 범인들, 그들은 왜 불특정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나.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살인마들의 플랜 B'이라는 부제로 이른바 '묻지마 범죄'인 이상동기 범죄들을 조명했다.
지난 5월 19일, 경기도 시흥시의 한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여사장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약 4시간 뒤 사건 발생 편의점에서 2km가량 떨어진 공원 앞에서 70대 남성이 피습당했다.
범인은 앞서 중국인 형제를 살해했고 이틀 뒤 이러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수배 끝에 그날 저녁 검거된 남성은 중국 국적의 56세 차철남. 그는 피해자들을 향해 "피해자들은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들의 전형입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편의점 사장과 집주인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나를 무시했었다. 반말을 하고 하대했다"라는 이유를 들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누군가의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결코 아니라고 했던 것.
피해자들을 원망하는 마음만 강하게 느껴지는 가해자. 그는 범행을 계획한 순간부터 철저히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편의점 사장과 집주인을 공격한 것이 우발적 범행이라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의 동선과 일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가해자의 행동으로 보아 우발적 범행이라 볼 수 없었다.
또한 전문가는 가해자가 도주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자기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그런 원인을 제공했던 이들을 살해하면 감정이 해소되어야 하는데 그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며칠을 감정을 고조시킨 것 같다. 피해자의 차를 훔쳐 타고 다니면서 이제는 자기 자신이 한국에서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도주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의 검거 전 마지막 행동에 대해서도 "누구든 걸리기만 해 봐라 하는 마음이었을 것. 그의 행동은 추가 범행 대상 물색하는 것이었을 것. 추가 범행을 목표로 움직였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로부터 약 한 달 전인 4월 22일, 서울 미아동의 한 마트 앞에서도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마트에서 소주를 마시더니 진열되어 있던 칼로 점원과 손님을 공격한 것. 그리고 결국 여성 손님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가해자는 범행 후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자진 신고를 해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범인 김성진. 그는 과거 학창 시절에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친구들을 괴롭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그가 도주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여유를 부린 것에 대해 "이 상황이 그에게는 모처럼 다가온 희열로 느껴졌을 거다. 이 순간 이 장소는 내가 지배자인 것. 이 장소를 벗어날 이유가 없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2일 충남 서천에서도 도망가지 않는 악마가 있었다. 퇴근 후 매일 집 근처 산책로를 걷던 지은 씨가 34세 이지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
목과 머리에 다발성 자상 발견된 피해자. 전문가들은 피해자에 남아있는 자상이 오버킬로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투자 사기를 당했다며 자신의 분노를 피해자에게 풀어버린 이지현. 그는 흉기를 들고 산책로에서 몇 시간 전부터 서성이고 심지어 사건 며칠 전에도 같은 자리에 등장했었지만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적장애를 내세우며 진술에도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의 이지현. 이에 전문가는 "앞선 범죄들과 비교해도 가장 잔인하고 잔혹하고 냉혹한 범죄는 이지현의 범죄다"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전문가는 셋의 공통점으로 고립을 꼽았다. 전문가는 "사회적 고립은 어떤 사회 현상 내가 보는 사회에 대한 시선 이런 것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다. 확증편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 교정해 줄 누군가가 없다"라며 점차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또한 "억울하고 분하고 자기에게 생긴 불행이 납득이 안 되고 이건 다 남 탓이라 느끼는 것이다. 특정한 남이라고 하기에는 표적이 애매하니 세상 전체가 적이 되는 것"이라며 "무동기 이상동기 범죄는 피해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피해자를 사회 축소판으로 보고 대상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벌어졌던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범인 최원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 내내 심신상실 주장했던 범인은 실제로 조현병과 망상증세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는 "범행은 인지적 능력과 별개의 영역이다. 범행을 저지를 당시 구체적인 요소를 보고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는지 보다 더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라며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현재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공중협박죄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사회의 장기적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조현병이나 조울증처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범죄도 많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치료가 끊기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거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계속되는 한 잠재적 범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살인자 개인과 가족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
위태로운 이들을 막아내는 것도 사회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사회가 그들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