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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800년 전 경주 월성에 묻힌 개는 동경이?…유전자 비밀 푼다

1천800년 전 경주 월성에 묻힌 개는 동경이?…유전자 비밀 푼다
▲ 지난 11일 경북 경주시 신라월성연구센터 숭문대에서 공개된 월성 남성벽 출토 개 뼈 모습

지난해 10월 경주 월성(月城) 서남쪽 가장자리에 있는 성벽 아래에서 개로 보이는 동물 뼈가 나왔습니다.

머리를 서쪽으로 둔 동물은 다리를 가슴 방향으로 모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뼈를 확인한 결과, 체고(體高) 즉 몸의 높이는 46㎝였으며 수컷으로 파악됐습니다.

신라가 들어서기 전 경주 일대에 형성된 초기 국가인 사로국(斯盧國) 시기에 의례를 지내며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개는 한반도 '토종'일까요?

경주 월성 남성벽 부근에서 발견된 개 모습

1천800년 전 경주 땅에 묻힌 개의 비밀을 밝혀낼 연구가 시작됩니다.

앞서 월성 해자(垓子·성을 감싼 도랑)에서도 개 뼈가 여러 차례 나왔던 만큼 신라시대 개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사로국 시기인 3세기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개를 중심으로 올해 유전자 분석과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월성 발굴 조사를 통해 쌓아온 성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입니다.

지난 11일 경북 경주시 신라월성연구센터 '숭문대'에서 만난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사로국 시기 경주 지역의 개와 관련한 기초 정보를 축적하고 그 형태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연구소는 월성 남성벽에서 찾은 개 뼈 중심으로 분석에 나섭니다.

컴퓨터단층촬영(CT), 3차원(3D) 스캐닝, 엑스레이(X-ray) 등으로 현재 남아있는 뼈 상태를 기록하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NGS)으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11일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류덕영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등과 자문회의를 열었습니다.

김 연구사는 월성에서 출토된 개 뼈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한 뒤, 전문가들과 어느 부위를 채취해 데옥시리보핵산(DNA) 분석에 나설지 등을 논의했습니다.

연구진은 자문 의견을 토대로 머리뼈의 측두부, 즉 귀 뒷부분에서 분석용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연구소는 내년에는 월성에서 출토된 다양한 개 뼈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2014년부터 월성 일대를 조사한 결과, 해자에서는 580여 점의 개 뼈가 나온 바 있습니다.

남성벽과 달리 해자에서 나온 뼈는 조각나 있거나 부분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 연구사는 "유전학, 형태학 연구를 통해 삼국시대 신라 지역의 개가 어떤 특징을 갖는지, 유전적 다양성은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신라시대 개를 복원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게놈(genome) 연구 분야 선구자인 박종화 교수는 "정말 좋은 연구 주제"라며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과거 (개가) 살아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석 연구에 참여하는 전성원 에이징랩 대표는 "털 색깔, 품종 등 현재 개와 관련한 유전자 정보는 많은 편"이라며 "1차 분석까지 최소 반년 정도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라, 나아가 한반도에서 토종 개가 자리 잡는 과정을 밝혀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경주 지역에서 길러왔다고 하는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와의 관련성은 특히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경주개 동경이는 '동경잡기'(東京雜記),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등 옛 문헌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데 꼬리가 짧거나 없는 점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무덤에서는 동경이의 모습을 한 토우(土偶·어떤 기형이나 동물을 본떠 만든 토기)가 여럿 나온 바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 토종 개에 속하는 고유 견종으로 밝혀져 201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김 연구사는 "이번 연구가 신라시대 토종 개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한반도 토종 개가 형성되는 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소는 올해 연말까지 1차 조사 및 분석을 마칠 예정입니다.

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개를 분석하는 심화 연구를 마치면 그 성과를 국제 학술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은 "동물을 통해 알 수 있는 역사는 무궁무진하다"며 "과학적 분석·연구를 통해 신라 왕경(王京·수도를 뜻함)의 환경과 생활사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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