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산 드론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자국 핵시설 등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전망입니다.
중동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이끄는 시아파 이슬람 맹주 이란으로써는 자국 우라늄 농축의 심장부인 나탄즈 핵시설이 뚫린 것은 물론 신정일치 체제를 수호하는 군부의 '투톱'마저 모두 사망했다는 치욕을 씻어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IRNA, 타스님 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 정권은 스스로 씁쓸하고 고통스러운 운명을 준비했다"며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며 "시온주의자 적의 침략에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IRGC는 "이 범죄는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미국 테러정권의 인지 하에 저질러졌다"며 이스라엘의 '맹방' 미국도 보복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방법으로 자국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직접 공습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드론 100여기를 발사함에 따라 이를 격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습니다. 이란이 쏜 드론은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수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란은 20개월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한 바 있습니다.
이란은 시리아 주재 이란대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작년 4월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며 이를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미사일과 드론 등 200기 이상이 이란에서 날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은 같은해 10월 재차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을 180기 이상 발사하는 '진실의 약속Ⅱ' 작전을 감행했다. 테헤란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7월 이스라엘에 암살된 데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개발에 주력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일부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최대 2천㎞에 달해 이스라엘 등 중동은 물론 멀리는 동·남유럽까지도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이 중동의 대리세력을 동원하는 것도 보복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해 끊임없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방공망을 유린해온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등지의 미군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카타이브헤즈볼라 등 이라크 민병대 등이 유력합니다. 이란은 이들 무장세력에 무기를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리세력 상당수는 이미 무력화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이란의 보복에 효과적으로 가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최전선에 서온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난해 이스라엘군의 집중적인 공격에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잃는 등 전력이 크게 약화됐고,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오랜 소탕전으로 궤멸에 가까워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중동 '시아파 벨트'의 중요한 축이었던 시리아의 친이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도 지난해 12월 반군에 무너져내렸습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이 해군 함정을 동원해 이스라엘 연관 선박을 공격하는 등 비대칭적 위협을 가하거나 제3국에서 이스라엘인을 표적으로 테러 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란이 육해공 재래식 전력으로 이스라엘에 맞서는 방안도 있지만 현대식 전투기나 군함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덧붙였습니다.
(사진=이란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