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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고소득자'는 편견…대중음악인의 현실은

'연예인=고소득자'는 편견…대중음악인의 현실은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각종 구설에 오르더라도 경제적으로 풍족하니 일반인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 연예인들이 일반인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울까? 각종 자료를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창작 활동으로 2023년 한 해 벌어들인 소득은 평균 1천55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연 소득 2천554만 원의 41.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이 통계는 문학, 미술, 공예, 건축 등 14개 예술 활동 분야 전반을 포괄한 수치로, 연예인만의 평균 소득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예술창작 활동에 따른 수입만을 따진 것으로 전체 소득과도 다릅니다.

이에 문체부가 최근 공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의 전체 자료를 바탕으로 연예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방송 연예, 대중음악, 만화 등 3개 분야 종사자의 소득 현황만을 살펴봤습니다.

만화가 일반적으로 연예 분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대중문화의 주요 영역이며 웹툰 작가 출신 연예인도 적지 않아 이번 팩트체크에서는 만화 종사자도 넓은 의미의 연예인으로 포함했습니다.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예술인의 연간 가구 총소득은 평균 4천590만 원이었습니다.

예술 활동 분야별로는 만화가 평균 5천623만 원으로 건축(평균 9천237만 원) 다음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건축은 예술과 산업이 혼합된 영역임을 감안하면 만화가 사실상 예술 분야에서 가장 고소득 업종인 셈입니다.

방송 연예가 평균 5천212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대중음악은 평균 4천653만 원으로 전체 예술인 평균보다 높았지만 14개 분야 가운데 8위를 기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만화, 방송 연예, 대중음악 모두 예술 분야에서 소득이 많은 편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각했습니다.

만화의 연간 가구 총소득의 표준편차가 6천915만 원, 방송 연예는 5천282만 원으로 평균보다 컸습니다.

14개 분야 가운데 표준편차가 평균보다 큰 분야는 이 두 분야밖에 없었습니다.

소득의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넓게 분산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통계학에선 정규분포를 가정했을 때 자료의 95%가량이 ±2 표준편차(-2 표준편차∼+2 표준편차) 내에 있습니다.

만화의 경우 ±1 표준편차만 보더라도 -1천292만 원∼1억2천538만 원이 됩니다.

소득이 마이너스가 될 수 없으므로 소득이 플러스로 극단적으로 높은 자료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수입만 따지면 가구 총소득과 다소 양상이 달라집니다.

가구 총소득엔 동일 가구의 다른 가구원의 소득도 포함되지만, 개인 수입은 오직 본인의 수입만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예술인 실태조사'가 집계한 개인 수입은 ▲ 예술 창작활동을 통한 수입 ▲ 예술 관련 교육 활동을 통한 수입 ▲ 비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으로 구성됐습니다.

2023년 기준 만화 분야의 개인 수입은 평균 4천659만 원으로 건축(평균 7천878만 원)과 기타(평균 4천975만 원)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방송 연예는 평균 4천481만 원, 대중음악은 평균 4천324만 원으로 각각 5위와 6위로 전체 평균(4천18만 원)보다 높았습니다.

개인 수입을 세부적으로 따지면 만화, 방송 연예와 대중음악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개인 수입에서 예술창작 활동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화가 57.6%, 방송 연예는 55.5%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대중음악은 그 비중이 23.8%에 그쳤습니다.

예술창작 활동 수입은 예술인이 자신의 본업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의미합니다.

그 비중이 50%를 넘는 분야가 만화, 방송 연예, 건축, 기타 등 4개 분야에 불과했고, 대부분 그 비중이 20∼3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대중음악을 비롯한 대부분의 예술인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먹고산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대중음악만 보더라도 평균 예술창작 활동 수입이 평균 1천30만 원으로, 부업에 해당하는 비예술 활동 수입(평균 2천419만 원)의 절반도 채 안됐습니다.

특히 예술창작 활동 수입의 양극화는 가구 총소득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대중음악은 예술창작 활동 수입의 중앙값이 180만 원으로 평균(1천30만 원)의 6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중앙값은 모든 값을 한 줄로 줄을 세웠을 때 제일 가운데에 있는 값을 뜻합니다.

평균이 중앙값보다 이렇게 큰 것은 소수의 극단적으로 큰 값이 있거나 자료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대중음악인의 66.7%는 예술창작 활동 수입이 '전혀 없다'(18.6%)라거나 '500만 원 미만'(48.1%)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대중음악인 3명 중 1명은 음악 활동으로 벌인 들인 소득이 전혀 없거나 500만 원 미만으로, '무늬만' 대중음악인인 셈이었습니다.

방송 연예와 만화 분야도 양극화가 심했습니다.

방송 연예는 예술창작 활동 수입의 중앙값이 1천만 원으로 낮은 반면 평균은 2천485만 원, 표준편차는 4천141만 원에 달해 소수의 스타 방송연예인이 예술창작 활동 수입의 평균을 급격히 올렸음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예술창작 활동 수입이 6천만 원 이상인 비율이 전체의 11.8%로, 건축과 기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만화와 방송 연예는 비교적 본업 중심의 수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수의 고소득자가 평균을 끌어올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은 부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고, 본업에서도 양극화가 상당히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부실한 수입 구조는 예술 활동의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술계에 입문한 이후 1년 이상 예술 활동을 포기한 상태에서 다른 직업에 종사하거나 무직 상태였던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만화가 34.8%, 방송 연예는 34.0%로 높았습니다.

대중음악은 이런 예술경력 단절을 경험한 비율이 21.5%로 전체 평균(23.0%)보다 낮았습니다.

대중음악은 부업으로 생계비를 마련하는 이들이 많지만 음악활동을 아예 그만둔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었습니다.

예술경력이 단절된 기간은 방송 연예 2.5년, 만화 2.3년, 대중음악 2.1년으로 전체 평균(2.7년)보다는 짧았습니다.

예술경력 단절의 주된 이유는 예술 활동 수입 부족이었습니다.

특히 대중음악은 이런 이유로 예술 활동을 그만뒀다고 답한 비율이 79.8%로 가장 높았습니다.

만화도 70.0%로 전체 평균(65.5%)보다 높았습니다.

방송 연예는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이 있었다는 비율이 15.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고용 형태도 예술창작 활동 수입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1년간 '전업' 예술인으로 예술 분야에 종사했는지 묻는 말에 만화는 80.0%, 방송 연예는 69.6%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대중음악은 42.8%에 불과했습니다.

전업 예술인 비중 순위에서 만화와 방송 연예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지만, 대중음악은 반대로 겸업 비중이 1위였습니다.

전업 예술인이라도 고용 형태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규직 비율이 만화 6.1%, 방송 연예 4.5%에 불과했습니다.

만화는 업종 특성상 1인 사업체(33.8%) 비중이 컸고, 방송 연예는 기간제/계약직/임시직/촉탁직이 44.0%를 차지했습니다.

겸업 중인 대중음악인들은 주로 정규직(29.0%)으로 부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본업인 음악 활동을 비정규직으로 하는 셈입니다.

대중음악 종사자들은 예술 활동 외에 주로 교육활동(31.1%)이나 사무직(16.0%)에서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대중음악 종사자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현재 예술 활동에서 낮은 소득'(47.5%) 혹은 '현재 예술 활동에서 불규칙한 소득'(35.3%)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만화 분야가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년간 예술 활동 중 상해를 경험한 비율이 만화가 13.2%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평균(3.2%)의 4배가량이나 됐습니다.

게다가 업무상 상해를 경험한 만화인 모두는 보상받지 못하고 본인 비용으로 상해를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만화 분야는 또한 저작권 관련 침해 경험과 분쟁 경험이 모두 있다는 비율이 10.4%, 저작권 침해 경험이 있으나 분쟁 경험은 없었다는 비율은 9.8%로 가장 높았습니다.

물론 만화는 업종 특성상 저작권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인 대중음악과 비교해도 침해나 분쟁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음악은 저작권 침해와 분쟁 경험이 모두 있다는 비율은 1.8%에 불과했고, 침해 경험은 있으나 분쟁 경험이 없다는 비율은 6.0%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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