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21일 미국 백악관의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에 스티븐 밀러(왼쪽)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과 그 부인인 케이티 밀러(오른쪽) 대통령 선임고문이 참석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미국 최고의 '파워커플' 중 한 쌍으로 꼽히는 밀러 부부가 난감한 입장이 됐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남편 스티븐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이며, 부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수개월간 머스크의 고위 측근으로 일하면서 정부 안팎에서 그의 인터뷰 관리 등 공보업무를 맡아왔습니다.
케이티는 올해 2월 중순부터 백악관에서 특별공무원 신분으로 대통령 선임고문 겸 대통령 정보자문위원을 맡아 머스크가 수장이던 '정부효율부'(DOGE)의 공보업무를 총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DOGE 업무를 그만두는 것과 동시에 케이티도 백악관 직책을 포기하고 머스크를 따라가서 그에게 필요한 정부 외 공보업무를 맡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케이티는 5월 말과 6월 초 텍사스를 찾아 머스크가 스페이스X 스타십 우주선 발사와 관련해 진행한 언론 인터뷰를 관리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인 지난 5일 남편 스티븐의 보스인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케이티의 보스인 머스크 CEO가 격렬하게 소셜 미디어로 말다툼을 벌이며 서로를 비난하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케이티의 입장이 무척 난처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공방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머스크는 제프리 엡스타인 성추문 사건 파일에 트럼프의 이름이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상대로 퍼부은 협박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JD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케이티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공보실장과 공보비서를 지냈습니다.
트럼프 체제의 워싱턴에서 최고의 인사 기준은 '충성심'이며, 이 때문에 밀러 부부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갈릴지 주목된다는 관측과 함께 온갖 가십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측근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인물은 "모든 이들이 밀러 부부의 정치적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요즘 케이티 밀러의 X 계정은 머스크와 그가 차린 회사들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배너에는 스페이스X 로켓이 우주로 발사되는 사진과 함께 '스티븐 밀러의 부인'이라는 자기소개가 달려 있습니다.
전에 케이티와 함께 일했던 한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CNN에 케이티가 결국은 선택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양쪽 모두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소셜 미디어로 공방을 벌인 당일인 지난 5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X 계정 팔로우를 취소했습니다.

다만 밀러 부부는 6일 기준으로 두 사람 모두 머스크의 X 계정 팔로우를 취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이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 중에서도 스티븐 밀러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바로 다음가는 실세이며, 만약 와일스가 물러난다면 그가 후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백악관 고위 인사는 "이런 모든 것들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케이티가 일론으로부터 봉급을 받는 것은 스티븐에게 좋지 않다"고 CNN에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백악관 고위 인사는 "트럼프는 수지 다음으로 스티븐을 믿고 의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최고실세들 사이에서는 케이티가 머스크 밑에서 일한다는 점은 남편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부부는 트럼프 1기 집권기인 2018년에 백악관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으며 2020년 2월 워싱턴DC의 트럼프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하객으로 참석했습니다.
2021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남편 스티븐은 보수 시민단체 '아메리카 퍼스트 법률재단'을 창립했고 부인 케이티는 민간 부문에서 애플 등 대기업의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두 사람 모두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위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밀러 부부는 2남 1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측근이 정치적 이견이 있는 배우자와 사이가 벌어지면서 파경을 맞은 경우는 몇 년 전에도 있었다.
트럼프 1기 집권 전에 선거운동본부장이었고 1기 집권기에 대통령 선임고문을 맡았던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웨이는 2018년 변호사인 남편 조지가 트럼프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남편과 사이가 악화했으며, 결국 22년 만에 갈라서기로 했다며 2023년 3월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 1기 초기에 법무부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2018년 11월 트럼프 비판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할 즈음 그간 트럼프 행정부에서 직책을 맡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마치 쓰레기통에서 불난 것 같은 개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진=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