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만든 5천 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다 사고가 난 것이 지난 21일이었던 만큼, 이제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을 넘어섰습니다. 북한은 사고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구속했다며 수차례 후속 상황을 전했는데, 구축함의 복구 계획과 관련해서도 개략적인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보도에서 제시한 복구 기간은 대략 보름 정도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구축함은 배의 윗부분만 부두에 걸친 채 바다에 옆으로 누워 있는데, 북한은 함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서 복구 일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먼저 선체 우현이 긁히고 선미(배 아랫부분) 부분으로 일정량의 바닷물이 침수된 만큼 침수격실의 바닷물을 빼내고 함수(배 윗부분) 부분을 바다로 내려보내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 데 2∼3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균형성을 회복하고 바다에 띄워진 구축함에서 선체의 긁힌 부분을 복구하는 데 10여 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북한은 전망했습니다. 배에 구멍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니 선체 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을 먼저 빼내고 부두에 걸쳐져 있는 함수를 바다로 밀어 넣으면 배가 균형을 잡고 서게 될 것이고, 이후 선체 측면의 긁힌 부분을 보수하면 될 것이라는 게 북한의 예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누워있는 북한 구축함
하지만, 북한이 복구 일정을 제시한 지난 23일부터 5일이 지난 28일까지도 구축함은 청진조선소에 그대로 누워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복구 계획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2∼3일 안에 배를 바다에 세운다고 했으므로 이 작업이 마무리됐어야 하는데, 아직도 구축함이 부두에 그대로 누워있는 것입니다. 지난 2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좌초된 북한 구축함 위로 하얀색 풍선들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야간조명을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즉, 밤을 새워가며 복구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당초 생각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수중 인양 전문가는 북한의 당초 계획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함미(배 아랫부분) 부분은 물속에 잠겨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격실마다 봉인하고 물을 뺀다 하더라도 물을 빼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함수 부분을 바다로 내려보내 배를 세운다는 계획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측면진수의 경우 좌우 균형을 맞춰 배를 바다로 내려보내면 세워져 있던 배가 약간의 출렁임 뒤 균형을 잡지만, 옆으로 누워버린 북한 구축함의 경우 이미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라서 다시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누워버린 상태에서 내려가는 배가 오뚜기처럼 다시 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 전문가는 지금처럼 누워버린 채 바다에 일부 잠겨있는 북한 구축함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육지로 끌어올린 뒤 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것이 배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원하는 수리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수리가 가능하려면, 북한이 누워있는 구축함을 부두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와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복구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북, 왜 이렇게 서두르나?
상식선에서 생각하더라도 대형 사고로 누워버린 구축함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보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불같이 화를 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구축함 진수사고를 처음 보도한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김정은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진수식장에서 사고 과정을 지켜본 김정은은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로 된다"고 엄중히 평가했고, 이번 사고가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사고라면서 "무책임한 과오"에 대해 다음 달 소집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취급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부주의' '무책임성' '용납할 수 없는 범죄적 행위' '국가의 존위 추락'이라는 단어들에서 보듯 김정은의 분노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제된 글로 쓰인 기사가 이 정도라면 실제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가 현장을 짓눌렀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다음 달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무조건 복구를 완료하라고 한 만큼, 북한 간부들에게 구축함 복구의 문제는 거의 생사를 걸어야 하는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다음 달까지 원상복구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입니다.
운명의 25일, 그들은 구축함을 세울 수 있을까
지금 구축함과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은 사고가 난 구축함이 향후 제대로 된 군함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일단 겉보기만이라도 그럴싸하게 바다에 다시 띄워 복구를 마무리했다는 보고를 김정은에게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엔진에 바닷물이 들어가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김정은이 제시한 다음 달 전원회의 전까지 성과를 내야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