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베를린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는 걸 한사코 거부해 온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자체 생산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28일(현지시간) 메르츠 독일 총리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우리 국방장관들이 우크라이나제 장거리 무기체계 조달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영토 바깥의 군사목표물을 상대로도 온전히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사정거리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장사정 미사일 공동 생산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국방부는 이 사업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및 구호물자 신규지원에 50억 유로, 약 7조 7천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과 협력해 진행할 사업에 '관련 체계와 미사일'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2026년 6월쯤 첫 생산분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사정거리 500㎞의 독일제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의향이 있다던 메르츠 총리의 기존 입장에는 못 미치지만,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통해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사정거리 수백킬로미터의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와중에도 전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보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거듭 거부해 왔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메르츠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의 도움을 받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될 무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체로 최장 2천500킬로미터 바깥의 목표물을 때릴 수 있는 로켓과 순항 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구성요소를 독일 측이 제공할 것이란 게 세간의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여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기획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투가 격화하면서 전투용 드론과 무기 생산을 늘리는 게 시급하게 됐다면서 독일 측과 합의한 공동투자 사업에도 "우크라이나 내 무기 생산, 특히 드론 생산이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러시아가 값싼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날려 서방제 대공 미사일을 소진시키는 전술에 대응하기 위한 '요격 드론'도 자체 생산해 이미 전선에 배치한 상황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