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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윈 아버지 대신하던 동생"…금호타이어 화재 피해 가족 오열

"여윈 아버지 대신하던 동생"…금호타이어 화재 피해 가족 오열
▲ 눈물 흘리는 금호타이어 근로자 가족

"2남 1녀 중 막내지만, 여윈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던 듬직한 아들이었는데…."

어제(22일) 오후 광주 동구 한 대학병원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피해 직원 정 모(25)씨의 어머니와 누나는 막둥이이자 둘째 동생의 부상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망한 표정만 지었습니다.

정 씨는 지난 17일 오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큰불을 피하려다가 흉추, 요추 등을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정규직 직원입니다.

어머니와 누나는 사고 당일 정 씨의 생사를 알지 못해 여러 차례 걸었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맥없이 바라봤고, 가까스로 연결돼 나눴던 통화 내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충혈된 두 눈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닦아낸 어머니 임 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니 아들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다급하게 말해 큰일이 나도 나도 제대로 났다 싶었다"며 울먹였습니다.

화재가 발생해 자체 진화를 시도하던 직원들의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된 시간은 오전 7시 3분으로, 가족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화재 소식을 들었고, 10여 분간의 시도 끝에 오전 8시 4분 정 씨와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 통화에서 정 씨는 "다리를 다친 것 같아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임 씨에게 외쳤고, 그제야 구조되지 못한 직원이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한 임 씨는 "입과 코를 꽉 막고 너를 구조할 수 있게 무언가를 내려쳐서 소리를 크게 내라"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정 씨가 3년째 일하던 공장이 화마로 뒤덮인 17일은 정 씨가 반차를 사용하려고 했던 날이라고 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며칠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정 씨가 반차를 신청했지만, 회사의 반려로 출근하게 됐고 변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고무에 열을 가하는 정련 공정을 담당하던 정 씨의 부서에는 총 15명이 근무 중이었는데,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임 씨는 "40여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진 아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반차 쓰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반려했다'고 힘겹게 말했다"며 "반차 신청을 했으나 반려된 기록은 회사에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도 화재로 하반신이 마비된 정 씨 걱정에 가족들은 또 한 번 오열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위었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20대 초반 생업 전선에 뛰어든 정 씨의 앞날이 기구하다며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았습니다.

누나는 "21살에 첫 직장으로 대기업인 금호타이어에 취업하게 돼 축하해 줬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평소에 축구와 달리기를 즐기던 동생에게 '수술은 잘 끝났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소식을 아직도 전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사고 당일의 기억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동생에게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 경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고 있다"며 "동생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금호타이어 대표에게 아직도 받지 못한 사과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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