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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수온 폐사 여파, 씨 마른 2년산 멍게 대신 1년산 출하

작년 고수온 폐사 여파, 씨 마른 2년산 멍게 대신 1년산 출하
▲ 싱싱한 통영 멍게 세척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에선 어민들이 청정해역 통영 앞바다에서 건진 싱싱한 멍게를 깨끗이 세척한 후 출하하느라 분주합니다.

잘 자란 멍게는 커피잔으로 쓰는 종이컵에 몸통이 반쯤 들어가지만, 올해 멍게는 소주잔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은 편입니다.

2년산 멍게가 아닌 1년산 멍게를 수확했기 때문입니다.

멍게는 보통 겨울을 두 번 나는 2년산을 수확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유례없는 고수온으로 올해 초 수확해야 할 2년산 멍게가 거의 다 폐사한 탓에 겨울을 한 번 더 넘겨야 하는 1년산 멍게를 크기가 작은데도 앞당겨 시장에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통영·거제 멍게 양식 어민들은 폐사 위험을 덜기 위해 성냥개비 알만한 멍게 종묘 일부를 강원도와 경북 앞바다에 분산시켜 키웁니다.

고수온 특보가 모두 해제된 지난해 10∼11월 사이 멍게 종묘를 다시 통영·거제 앞바다로 가져와 키운 것을 이번에 출하합니다.

수확할 2년산 멍게가 없으니 매년 2월 햇멍게 출하를 알리는 초매식도 올해 취소됐습니다.

통영시·거제시 일대 멍게 작업장 100여 곳도 최근까지 물량이 없어 허탕을 쳤습니다.

박정식 멍게수하식수협 상임이사는 "멍게가 2년은 자라야 크기가 커져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지난해 고수온 여파로 2년산 멍게 씨가 말라버렸다"며 "원래 2월부터 6월까지 멍게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이제야 1년산 멍게 수확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신선한 해산물 안주로 유명한 통영 '다찌집'도 올해 생멍게를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멍게비빔밥을 내는 음식점은 매년 이맘때 제철이면서 물량이 많은 2년산 생멍게를 썼습니다.

요즘엔 지난해 고수온 전 수확했던 급랭 멍게를 써야 정도로 생멍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박 상임이사는 "1년산 멍게는 크기가 작을 뿐, 맛과 향, 영양가, 식감이 2년산에 뒤지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멍게를 많이 소비해 지난해 고수온으로 큰 피해를 본 양식 어민들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빨간 색감에다 우둘투둘한 생김새 때문에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멍게는 경남 대표 수산물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멍게 양식 면적 2천104㏊ 중 경남이 672㏊를 차지합니다.

생산량은 경남이 70%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경남 연안을 덮친 한여름 고수온 때문에 2025년에 출하해야 할 2년산 멍게가 대량 폐사했습니다.

멍게수하식수협이 집계한 지난해 고수온 멍게 폐사율은 97%나 됐습니다.

경남도에 따르면 멍게는 수온이 5∼24도 사이에 잘 자라며, 수온이 26도가 넘어가면 잘 자라지 못하면서 폐사가 나타납니다.

지난해 8월 초부터 경남권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경보가 60일 넘게 이어지면서 견디지 못한 멍게가 대량 폐사했습니다.

8월 말∼9월 초 30도까지 올랐던 경남 바다 표층 수온은 10월 들어서야 24∼26도로 떨어졌습니다.

경남수산안전기술원·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통영시·거제시·멍게수하식수협은 올해부터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멍게 폐사 피해를 줄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참여기관들은 수심이 깊으면서 수온이 낮은 해역을 골라 한여름 고수온을 피해 멍게 양식장을 일시적으로 옮기는 멍게 월하장(越夏場)조성을 추진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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