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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연사의 눈으로 본 SBS X 그랜드 퀘스트 ②

-"대한민국이 기술주권을 확보하려면?"

대선후보 토론회 사진
지난 일요일 열린 경제 분야의 대통령 선거 후보 첫 TV토론회에서 후보들에게 제기된 질문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우리는 어떤 통상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미·중 패권 경쟁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렇게 안팎으로 어려운 저성장 시대, 후보들이 보는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등이었습니다. 어느 하나 간단하지 않고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이전과는 달리 어떻게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입니다.

이에 SBS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이제라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앞서 있는 분야의 '기술주권'[1]을 갖기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4월 24일 <SBS X 그랜드 퀘스트>라는 기술과학계 전문가 포럼을 발족해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대한민국이 '기술주권'을 가지려면 무엇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SBS X 그랜드 퀘스트 풀샷
제1회 <SBS X 그랜드 퀘스트>에 참석한 국내의 최고 석학들, 그리고 업계의 리더들은 대한민국의 중·장기적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SBS X 그랜드 퀘스트>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려고 합니다.
[1] 기술 주권 (Technological Sovereignty)이란 한 국가 또는 공동체가 자국의 기술 인프라, 데이터, 핵심 기술 등에 대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말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기술을 개발·운영·보호할 수 있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시대 최대 난제 '기후위기'

지난 3월 이상 고온과 건조, 강풍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남의 일도, 미래 세대의 문제도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는데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 최대의 난제인 기후위기에 도전하기 위해 <SBS X 그랜드 퀘스트>에서는 온실가스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는 없는지? 그리고 태양전지 변환 효율을 지금의 3배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도전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시스템대사공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한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이상엽 KAIST 교수
▲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인류 역사상 플라스틱은 약 137억 톤이 생산되었고 사람 몸무게를 60kg으로 산정한다면 총 2천283억 명의 몸무게와 맞먹는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이오 제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문제는 미생물을 자연계에서 분리하여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생산하라고 하면 잘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공학이 '대사공학'이라고 하는데요. 대사공학은 생명체의 대사회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실제 조작하여 유용물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SBS X 그랜드 퀘스트>에서 이상엽 KAIST교수와 서상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던진 중·장기적 도전 과제는 바로 그렇다면 '대사공학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원료로 석유화학 공정보다 더 경쟁력 있게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상우, 정준영 연사 사진
▲ <서상우 교수는 시스템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이 석유화학 공정보다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소개했고, 정준영 CJ제일제당 BIO연구소 Synthetic BIO 담당은 업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에 대해 전하면서 특히 기업과 학계, 정부가 함께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들에 대해 전했습니다>
 
서상우 교수는 생산농도와 생산속도, 생산수율을 균형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면 이러한 도전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효소의 개량이나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 발굴을 통해, 온실가스가 신속히 전환되도록 돕는 기술의 개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사 경로 변화를 예측하고, 효소의 발현량이나 대사 회로를 재설계해 전체 흐름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의 개발, 그리고 탄소배출원에서 가스를 효과적으로 포집하는 인프라, 대규모 생산 공정으로의 확장,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규제 이슈와 시장에서의 소비자 반응까지 모두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준영 CJ제일제당 BIO연구소 Synthetic BIO 담당은 비비고와 햇반을 만드는 CJ제일제당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미생물 발효 기반식품 같은 그린 바이오[2] 사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화이트 바이오[3]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2] 그린 바이오 (Green Bio)란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생명공학 분야를 의미하며 주요 분야로는 농작물 개량, 동∙식물의 생산성 향상, 생물다양성 보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리활성 성분의 개발, 미생물 활용 농업, 식량 안보를 위한 대응 작물 개발 등이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 및 식량 생산성 향상, 생물자원 보존 등을 목적으로 한다.

[3] 화이트 바이오 (White Bio)란 산업 공정에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화학 산업을 대체 또는 보완하는 것으로 바이오 연료,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 바이오 화학소재 생산, 환경 정화 등이 있다. 탈탄소화, 친환경 제조,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산업의 구축이 목적이다.
이상엽 교수 피드백
정준영 담당 피드백
서상우 교수 피드백
친환경 플라스틱? 섬네일
 
바로보기 (서동균 기자)

'페로브스카이트'를 아시나요?

페로브스카이트
▲ <페로브스카이트>
 
'페로브스카이트'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도 이번 포럼을 하면서 알게 된 물질인데요.

국내에서 최초로 종신석좌교수의 타이틀을 받은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님이 바로 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로 2012년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박남규 성균관대 종신석좌교수
▲ <효율 60% 태양전지 세션에서 강연 중인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님>
 
<SBS X 그랜드 퀘스트>에서 기후위기 관련 논의된 또 다른 주제는 '효율 60% 태양전지 가능한가' 였습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와 생체모방 재료공학의 선도적 연구자이자 광합성의 미세한 메커니즘의 숨겨진 가능성에 주목하며 태양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새로운 화학반응과 촉매 시스템을 설계해 온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그리고 지난해 말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최고 기록인 발전 효율 28.6%를 달성하면서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 핵심 연구 책임자로 있는 문수진 큐셀부문 판교 R&D센터장이 함께했습니다.
남기태-문수진 연사 사진
▲ <효율 60% 태양전지 세션의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위)와 발전 효율 28.6%를 보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셀 샘플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문수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판교 R&D센터장(아래)>
 
태양전지 60% 섬네일
 
다시보기
박남규 교수 피드백
남기태 교수 피드백
문수진 센터장 피드백

'옹스트롬 미터', '뉴로모픽 아키텍처' 그리고 '뇌내현실'

이번 포럼에서는 또 평소에는 잘 듣지 못했던 용어인 '옹스트롬 미터'나 '뉴로모픽 아키텍처', '뇌내현실' 같은 단어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Å(옹스트롬 미터)는 0.1나노미터를 뜻하는 길이의 단위. 원자, 분자, 파장(특히 X선이나 자외선) 등 매우 작은 길이를 측정할 때 사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와 집적회로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와 이철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머리카락 100만 분의 1 크기인 옹스트롬 미터 시대의 반도체 기술에 대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신창환, 이철호, 권석준 교수
▲ <머리카락 100만 분의 1 반도체 세션에서 강의 중인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위), 이철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아래 왼쪽), 권석준 성균광대 화학공학부 교수(아래 오른쪽)>
신창환 교수 피드백
이철호 교수 피드백
권석준 교수 피드백
또 최성율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류수정 서울대 차세대반도체혁신융합대학사업단 교수,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옹스트롬 미터 시대,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기술은?' 어떤 것이 가능할지 예를 들면 저항이 없고 발열이 없어 반도체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솔리톤 입자가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대안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세션연사들
▲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대해 토론 중인 최성율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류수정 서울대 차세대반도체혁신융합대학사업단 교수,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머리카락 100만분의 1 반도체 섬네일
 
바로보기 반도체
15년째 공동연구를 해오고 있다는 석민구 컬럼비아대학 전기공학부 교수와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뇌의 신경망 구조와 작동 원리를 본떠 만든 컴퓨터 시스템의 설계 방식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뉴로모픽 아키텍처'라는 용어를 써가며 제기했습니다.
 
*뉴로모픽 아키텍처: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 구조를 모사하여 설계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조.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같은 메모리에 저장하고, 중앙처리장치(CPU)가 명령을 한 줄씩 순차적으로 읽고 처리하는 컴퓨터 구조인 전통적인 폰노이만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정보 처리 모델
석민구, 전동석 교수 사진
▲ <뉴로모픽 아키텍처 세션에서 화상으로 공동 강연중인 석민구 컬럼비아대 전기공학부 교수(왼쪽)와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오른쪽)>
전동석 교수 피드백
석민구 교수 피드백
인간 뇌 닮은 칩 섬네일
 
인간뇌 닮은 칩 영상 바로보기
그런가 하면 '뇌내현실'이라는 새로운 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용어는 이번에 <SBS X 그랜드 퀘스트>에 참여한 이대열 존스홉킨스대학 신경과학과 블룸버그 특훈교수와 백세범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새로 만들어낸 용어인데요.
 
*뇌내현실: 가상현실이 뇌 바깥의 감각기관을 통해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면 '뇌내현실'이라는 개념은 '뇌 내부'에서 감각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접촉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핵심
백세범 교수 사진
▲ <'뇌내현실이 현실화되려면?' 세션에서 강연 중인 백세범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영화에서처럼 뇌 내부나 신경계와 직접 연결하게 되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거의 모든 종류의 감각 및 운동 신경계 기능 이상을 구체적인 장애의 부위와 원인에 구애받지 않고 해결한다든지 우울증이나 퇴행성 치매와 같은 다양한 정신 질환의 해결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백세범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이대열 교수는 그러나 뇌내현실은 뇌과학에서 가능하냐 아니냐를 넘어 여러 가지 부작용과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기술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엇을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할 지에 대한 토론이 연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대열 교수 사진
▲ <'뇌내현실이 현실화되려면' 세션에서 라이브로 연결해 강연 중인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과 블룸버그 특훈교수>
백세범 교수 피드백
이대열 교수 피드백
AI세션 토론 사진
▲ <'일반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세션에 참여 중인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임우현 LG AI연구원 Applied AI연구그룹장,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과 미국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윤경아 KT Agentic AI연구소장>
 
가장 큰 관심을 끈 AI세션에서는 AGI(일반인공지능)[4]이 가능해질 때 인간과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지, 또 일반인공지능의 시점을 우리가 알아챌 수 있는가가 논의의 주된 내용들이었습니다.

[4]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 또는 범용인공지능이라고 불리며 인간처럼 다양한 지능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AI특이점 썸네일
 
AI다시보기
<SBS X 그랜드 퀘스트> 에서 고민한 대한민국이 기술주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어떠셨나요? 더 자세한 내용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보기>를 통해 전체 영상이 공유될 예정입니다. <SBS X 그랜드 퀘스트> '다시 보기'는 ��(클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참석자들의 입장에서 본 <SBS X 그랜드 퀘스트>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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