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타이완의 TSMC는 3나노 미터 공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의 백만 분의 1 두께입니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를 나노미터급으로 줄이면서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최성율/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 1961년, 로버트 노이스가 개발한 첫 번째 실리콘 집적회로는 고작 4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최신 AI 칩에는 무려 2천8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크기를 줄이는 게 어려워졌고, 반도체 여러 겹을 쌓는 방식도 곧 한계에 다다를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나노미터의 10분의 1인 옹스트롬 미터 반도체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술의 석판화 기법과 비슷한 포토 리소그래피 기술을 활용한 건데, 파장이 짧은 빛으로, 원하는 영역에서만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선택적으로 미세한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권석준/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 가장 앞서 있는 업체를 생각해본다고 하면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이 있습니다. ASML은 현재 2세대 EUV 리소그래피라고 불리는 0.55 NA(빛을 모으는 성능) 값을 갖는 장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2030년대 초반 즈음해서 NA값을 한 단계 더 올린 0.75NA짜리 3세대 장비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옹스트롬 단위의 제조기술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반도체의 주성분인 실리콘의 원자크기가 1.1 옹스트롬 미터인데, 사실상 원자 하나하나를 제어하는 단계인 겁니다.
공정이 원자 수준으로 작아지면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에선 일어나지 않고 원자 단위의 양자세계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들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권석준/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 여기에서 양자터널링이라는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전류가 흐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류가 새어나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아예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벗어나 세상에 없던 형태의 반도체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저항이 없고 발열이 없어 반도체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리톤 입자도 연구 대상입니다.
[염한웅/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 전자파동의 솔리톤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하나하나 관측하고 조작해 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저희 연구진이 지난 10년에 걸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이 영상은 실리콘 기판 위에 만든 3개의 나노선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으로 밝게 빛나는 부분들이 정보를 가지고 이동하는 솔리톤 입자입니다. 이 영상은 솔리톤의 운동을 실시간으로 관측한 세계 최초 영상입니다.]
과학은 원자의 경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학계와 업계에선 미래의 옹스트롬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활발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재 : 정구희, 영상편집 : 원형희,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