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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발진" vs "오조작"…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 오늘 1심 선고

      "급발진" vs "오조작"…손자 사망 '급발진 소송' 오늘 1심 선고
      ▲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 당시 모습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의 1심 판결 선고가 3년여 만인 오늘(13일) 마침내 내려집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도현이 가족 측이 KGM을 상대로 제기한 9억 2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사건 판결을 선고합니다.

      사고가 난 티볼리 에어 차량 운전자인 도현이 할머니의 '페달 오조작' 여부를 두고 도현이 가족과 제조사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는 지난 2년 6개월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 감정부터 블랙박스 영상 음향분석 감정, 국내 첫 사고 현장 실도로 주행 재연시험 등 진실 규명을 위한 여러 감정과 전자제어장치(ECU) 전문가의 법정 증언까지 이뤄졌습니다.

      그간 급발진 의심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밝혀졌지만, 이 사건은 약 30초 동안이나 지속된 급발진 현상과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며 소리친 할머니의 음성이 공개되며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게다가 할머니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해 과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장착된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 소송에서 소비자가 처음 승소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할머니의 '페달 오조작' 여부입니다.

      도현이 가족은 "약 30초 동안 지속된 이 사건 급발진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며 "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KGM 측은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EDR 기록과 국과수 분석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는 결국 'EDR 기록의 신뢰성'과 EDR 분석을 토대로 운전자(할머니) 과실로 결론 낸 '국과수 분석의 신뢰성' 문제와 연결됩니다.

      KGM 측이 국과수 분석을 핵심 근거로 활용하며 페달 오조작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 차량의 EDR은 할머니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였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5초 동안 속도는 시속 110km에서 116km로 6km밖에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가속페달 변위량은 가속 정도를 퍼센트(%)로 변환해 나타내는 기록으로, 99%부터 '풀 액셀'로 평가됩니다.

      도현이 가족은 ECU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해 할머니의 조작과 전혀 다른 '잘못된 기록'이 EDR에 남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즉 '할머니가 정상 주행 중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선 사고 5초 전 차량 속도가 110km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천500까지 올랐으나 '속도가 6km밖에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되는 점을 집중해서 파고들었습니다.

      도현이 가족의 신청으로 이뤄진 EDR 감정 결과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은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음이 확인되었기에 시속 136.5km가 넘었을 것'이라며 국과수 분석과 상반되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또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두고 국과수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주행(D)→중립(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음향분석 감정인은 변속레버를 D→N 또는 N→D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을 들어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감정 결과만 놓고 보면 도현이 가족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은 지난해 4월 사고 현장 도로에서의 '국내 첫 재연시험'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시험 결과에 대해 도현이 가족은 ▲ KGM 측 주장과 달리 '변속패턴'이 다른 점 ▲ 운전자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과수의 분석과 비교했을 때 '주행데이터'가 현저히 다른 점 ▲ 풀 액셀을 밟았다는 EDR 기록대로 풀 액셀을 밟은 결과 '속도 변화'는 훨씬 컸던 점을 들어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KGM 측은 ▲ 공식 재연시험 방법이 사고 당시 모습과 상이한 점 ▲ KGM이 제안한 주행시험장에서의 추가 주행 시험 결과 국과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 점을 들어 "도현이 가족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미작동'과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도현이 가족은 줄곧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7차례나 울렸음에도 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웽'하는 굉음을 내기 시작한 뒤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하기 전 AEB가 작동했어야 했는데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은 건 결함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AEB가 작동했었다면 차량이 정지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커 급발진 인정 여부와 함께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를 두고 KGM 측은 'AEB는 가속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면 해제된다', 즉 60% 이상의 힘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AEB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함을 부정했습니다.

      제조사 측 주장은 'AEB는 운전자에 의해 해제되어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분석과 궤를 같이합니다.

      그러나 도현이 가족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을 통해 모닝 차량 추돌 전 가속페달 변위량을 산정한 결과 '8% 이하'로 나옴에 따라 KGM 주장과 달리 AEB 작동 해제조건에 미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페달 오조작 여부와 연결되는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를 두고도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는 영상 자료를 근거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도현이 가족의 주장과 국과수 감정 결과를 근거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KGM 측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무게추를 실을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브레이크등 점등 방식에 대해서도 도현이 가족은 "브레이크등을 켜는 전자식 모듈인 BCM(차체 제어 모듈)과 차량의 두뇌인 ECU가 상호소통한다"고 주장하지만, KGM 측은 "BCM은 ECU와 상호소통하지 않는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도현 군 아빠 이 모 씨는 "차량의 결함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상황 가운데서도 정말 최선을 다해 증명 책임을 다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공적 기관인 국과수는 소프트웨어 분석 능력이 없어 기계적 검증만을 가지고 탁상에서 추론한 가능성에 기인해 운전자의 과실로 몰아갔다"며 "이는 제조사에 면죄부를 주고,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도현이 사고를 계기로 급발진은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해 발생한다는 진실은 숨길 수 없음을 증명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해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강릉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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